"YS때 정부 비판했다 세무조사 당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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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언론인 홍사중씨가 친구로서 옆에서 지켜보았던 고(故) 최종현 SK 회장을 회고하며 『나는 한없이 살았다』는 제목의 회고록을 출간했다.
이 회고록은 저자가 崔회장의 미 시카고대 유학시절부터 임종까지의 기간 중 겪은 일화들을 중심으로 자연인·기업인으로서의 崔회장을 회고한 것이다.
저자는 밸리트 파킹 아르바이트(주차원)를 하면서도 하도 무뚝뚝해 팁을 조금밖에 받지 못했던 崔회장이 사업을 하는 것을 보며 불가사의하게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부인 박계희 여사와 연애를 하면서 매일 자신의 데이트를 분석했던 崔회장의 이론가적 성품도 보여주고 있다. 崔회장은 자존심이 강해 남에게 쉽게 허리를 굽히지 않고 할 말은 다해야 직성이 풀렸다는 것.
문민정부 시절에는 이런 성격 때문에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정부의 경제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가 세무조사와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당하기도 했다고 저자는 쓰고 있다. 주변에서 사과하라고 강력하게 권하자 崔회장의 대답은 "그럼 내 자존심은 어떡하고"라는 것이었다.
또 그는 1996년부터 경제위기가 올 것임을 경고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아 외환위기 사태를 맞았다며 병석에서도 안타까워 했다는 일화도 소개됐다.
崔회장이 손길승 회장(당시 기획조정실장)을 신임했던 이유도 재미있다. 孫회장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崔회장이 아무리 화를 내고 고집을 부려도 조금도 굽히지 않고 몇 번이고 찾아오는 사람이라며 가까이 두었다는 것이다.
崔회장은 기업 총수라는 최고자리에서도 예스맨(아부하는 임원)에게 솔깃하는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崔회장은 이론적이지만 이재에 밝지 못했던 사람이라고 기억한다. 그런 崔회장이 기업가로 성공한 이유를 崔회장을 말을 빌려 설명하고 있다."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하는 사람은 장사꾼이고, 돈 이외의 목적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이 기업가"라는 것이다.
崔회장이 추구했던 돈 이외의 목적에는 사회정화 문제도 한 몫을 했다. 崔회장은 거짓말 없애기 캠페인을 벌이면 돈을 대겠다고 제안하기도 했고, 한국의 가장 큰 위험은 '도덕적 위험'이라며 걱정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崔회장이야말로 인생에서 SK를 일군 기업가로서, 가족애 넘치는 가정을 이끈 가장으로서 두가지 성공을 모두 달성한 인물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그 저력은 기업의 원천을 '인간'에 두고 '인간 사랑'을 실현하려고 애썼던 정신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목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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