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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D-4] 두꺼비 우는 소리로 기 제압 ‘부부젤라’, 전쟁 도구서 응원 도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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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남아공 월드컵에는 아프리카의 전통과 민속이 많이 스며들어 있다. 대회 마스코트인 표범의 이름은 ‘자쿠미(ZAKUMI·사진)’다. 자(ZA)는 ‘주드 아프리카’ 즉 남아프리카를 뜻하는 아프리칸스(백인 원주민인 아프리칸스 언어)다. 쿠미(KUMI)는 10, 즉 2010년을 뜻하는 줄루어(남아공 최대 부족이 쓰는 언어)다. 남아공에서 통용되는 2대 현지어를 합성해 마스코트 이름을 지은 것이다.

표범은 아프리카에서 왕권의 상징이다. 왕들이 의례를 치를 때 표범 가죽을 깔고 앉았다. 넬슨 만델라가 내란음모죄로 재판을 받을 때 입고 나온 옷도 표범 가죽으로 만든 ‘카로스’였다. 이처럼 특별한 의미를 갖는 표범을 마스코트로 삼은 것은 아프리카가 왕이 되어 세계 최고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한다는 뜻을 담았다.

남아공 축구팬이 지난달 23일(한국시간) 열린 사커시티 스타디움 개장 경기에서 남아공 전통 나팔인 ‘부부젤라’를 불고 있다. [요하네스버그 로이터=연합뉴스]

남아공의 독특한 응원도구는 ‘부부젤라’라는 긴 나팔이다. ‘부부’는 줄루어로 두꺼비 우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다. 소리가 음산하고 징그러워 수만 명의 남아공 관중이 부부젤라를 불어대면 아프리카 출신이 아닌 선수들은 견디기 어렵다. 부부젤라는 부족끼리 전쟁을 할 때 기운을 북돋우려는 도구였다. 축구에서도 그걸 불어서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의도다. 북을 치는 것도 혼령을 일깨우는 의미가 있다. ‘혼령의 힘을 받아 열심히 뛰어라. 혼령들도 너희와 함께한다’는 뜻이다.

아프리카 팀들의 경기에서는 전통 복장을 한 주술사들이 꼭 등장한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주술가를 찾아가 상담을 하고 부적도 사온다. 주술을 통해 상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 경기 전 주술사가 기묘한 의식을 행하기도 한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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