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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목죄고 비판 세력 탄압 푸틴, 스탈린 닮아가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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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압적인 통치 스타일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에 대해 잇따라 유죄판결이 내려지고, 유일한 민영방송인 TV-6이 강제폐쇄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4월 비판적 논조를 보여온 민영방송 NTV를 국유화해 비판 언론 재갈 물리기라는 비난을 샀었다.
러시아 국내의 비판세력들은 "작금의 상황은 옛 소련 이오시프 스탈린 집권시절의 경찰국가 시대와 다를 바 없다"며 비난하고 있다.
공교롭게 지난달 푸틴은 "스탈린의 지휘 아래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며 독재자 스탈린을 치켜세우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을 끌었다.
이에 대해 CNN 방송은 "푸틴이 자신을 스탈린과 같은 확고하고 단호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그래서일까. 푸틴은 지난해 스탈린 시대의 국가(國歌)를 부활했다.
또 언론의 목을 조이고, 연방 내 자치 정부들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고압적이고 독선적인 통치 스타일이 스탈린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좋은 예가 사법부다. 러시아 사법부는 최근 외국인과 자주 접촉했다는 이유로 스파이 혐의를 받아 기소된 사람들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혐의 내용 자체가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환경문제 등 정권에 약점이 될 만한 사안에 관한 자료를 외국 언론에 넘겨주거나 국제 인권단체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주목할 점은 푸틴은 취임과 동시에 자신이 과거 몸 담았던 연방보안국(FSB·KGB의 후신) 출신 인사들을 대거 사법부 요직에 앉혔다는 것이다.
증거가 불충분해도 검찰측의 기소내용을 법정이 그대로 인정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체포와 동시에 유죄가 확정된다"는 스탈린 시대의 관례가 되살아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에 대한 여론은 긍정적이다. 한 여론조사기관이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푸틴은 2년 전 정권 출범 때와 거의 같은 75% 수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치·사회학자들은 푸틴의 인기는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일간지 코메르산트는 지난 1일 "오늘날 러시아의 상황은 '누가 하면 어떠냐'는 체념적 표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서 "먹고 살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정치에 신경을 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논평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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