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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입국금지 지나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어제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던 가수 유승준씨를 미국으로 되돌려 보낸 법무부의 조치에 대해 우리는 지나치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병무청으로부터 '재입국하고자 할 경우 국내에서 취업 또는 가수활동 등 영리활동을 할 수 없게 하고,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입국 자체를 금지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1일 오후 5시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유씨의 출입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1항에 규정된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과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라는 해석을 한 까닭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에 대해 정부는 법에 따라 출입을 금지할 수 있다. 그러나 유씨를 공공안전이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행동을 할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판단이다. 지난 4년간 유씨가 가수로서, 자연인으로서 국내외에서 활동하면서 이에 저촉되는 행동을 벌여 제재를 받은 적도 없다. 그는 테러나 범죄용의자도 아니다. 유씨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의 참 이유는 병역을 회피하려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사회적 비난에 부응한 응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군대에 가겠다고 공언한 유씨가 병역면제를 택한 만큼 그의 약속위반에 대해 일반인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법을 집행하는 기관은 도덕성이 아니라 법리에 충실해야 한다. 유씨의 시민권 획득 과정에 불법성이 없다면 이를 문제삼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재외동포에게 발급되는 비자는 국내에서 모든 활동을 보장하는 한 종류뿐이다.
법무부는 영리활동만을 따로 막을 방법이 없어 입국금지를 취했다고 하지만 이로써 유씨는 국내 친척 방문도 불가능해졌다.'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는 말이 다시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게끔 행정기관이 부추겨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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