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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두의 1318따라잡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거짓의 날들』(나딘 고디머, 책세상),『허삼관 매혈기』(여화, 푸른숲),『운명의 딸』(이사벨 아옌데, 민음사),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하비에르 마리아스, 예문),『내 마음의 뜨락』(파질 이스칸데르, 들녘미디어),『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문학동네)….이 가운데서 읽어 본 작품들에 표시한다면? 외국 문학에 홀딱 빠져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대개 읽지 않은 작품들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아무리 '슈퍼 독자'라도 우리 나라에 소개되는 외국 문학 작품들을 빠짐없이 읽어낼 수는 없다. 특히 새로 소개되는 작품들일수록 읽을 시간을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러니 권장하기도 어렵다.결국 외국문학 작품의 경우 웬만한 화제작이 아니라면 검토조차 힘들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다보니 권장 도서 목록에 별로 변화가 없다. 종래의 구미 중심으로 치우친 일본어 중역판 세계명작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외국문학작품들을 권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우선 전혀 다른 문화권의 작품들을 공감하며 읽기가 쉽지 않으며, 등장 인물의 이름만 해도 읽는 이의 발목을 잡는다 (러시아나 중남미 문학의 등장인물 이름들은 메모해 가면서 읽어야 편하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나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의 경우를 떠올려 보라).
여기에 껄끄럽기만한 번역 문장은 도무지 원작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조차 의문스럽게 만든다. 또 중복 출판은 얼마나 많은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70여개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들 가운데 어떤 출판사 번역본을 읽어야 하는가 알 수가 없다. 외국어에 뛰어나 원어로 읽지 않는 한, 그저 자신이 집어든 책이 최선의 번역본이려니 믿고(?) 읽는 수밖에 없다 (최근 이런 번역본들에 대한 검토 작업이 '영미문학연구회'를 비롯해 깊이 있게 제시되고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독서 지도를 하는 처지에서 보면 그 속도란 너무나 느리다) .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우선 지역과 종교, 문화적으로 좀더 다양한 외국문학작품들이 출간돼야 한다. 번역의 수준 또한 한결 높아지도록 출판인과 독자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학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시민들이 1318 세대들과 함께 읽으며 청소년에게 추천할 만한 외국 문학 작품들을 골라내야 한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포리스터 카터, 아름드리),『호밀밭의 파수꾼』(J D 샐린저, 현암사),『모모』(미하엘 엔데, 비룡소),『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바스콘셀로스, 동녘) 등은 이미 '강추!'로 결론이 난 작품들. 앞서 소개한 작품들도 함께 읽으며 판정해 보시라!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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