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황장엽 죽더라도 자연사는 안 돼”

검찰에 따르면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공작원인 김씨 등은 지난해 11월 정찰총국장 김영철 상장으로부터 “황가가 근래 수뇌부와 체제를 비난하는 도수가 지나쳤다. 민족의 반역자 황장엽을 처단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정찰총국은 “황장엽이 당장 내일 죽더라도 자연사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며 살해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김과 동은 중국 등을 걸쳐 올 1월과 2월 각각 탈북자로 꾸며 입국했다. 두 사람은 지령을 완수하기 위해 황 전 비서가 명예회장으로 있는 탈북자동지회에 가입하려고 모의했다.

또 해외 e-메일 주소 1개와 중국 휴대전화 번호 1개를 외워 ‘상품’(황 전 비서), ‘병원’(국가정보원), ‘상품을 퇴송하라’(황 전 비서를 살해하라)는 등의 암호를 사용해 북한과 교신하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에서 암약하는 고정간첩망과의 구체적인 접선 방법은 따로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들과 같은 목적을 지닌 다른 공작원이 있거나 앞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등은 “빨라도 1년, 늦어도 2년 안에 황 전 비서를 살해한 뒤 제3국을 통해 북한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은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 두 사람이 가진 정보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어뢰 파편에 적힌 ‘1번’(사진)은 북한에서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동명관은 검찰에서 “시험문제를 낼 때 1번, 2번이라고 하지 1호, 2호라고는 안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이미 북한 사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3남인 김정은이 되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3대 세습은 ‘인민의 뜻’이며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북한의 주적은 미국이며, 북한이 못 사는 것은 미국 탓이고 남한이 잘사는 이유도 미국 덕분’이라고 말하는 등 미국에 대한 적개감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