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표심도 ‘여당 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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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시장 선거 개표가 진행 중이던 3일 오전 1시. 오세훈 시장 캠프에서는 ‘2만5000표 차 역전승’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왔다. 캠프 내 한 전산 전문가가 구별 득표율과 남은 표 수를 계산해 얻은 결론이었다.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게 3시간 이상 0.5%포인트 안팎 차이로 열세를 보이던 오 후보 측 캠프에도 이때부터 조금씩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오전 4시, 공관에 있던 오세훈 후보의 휴대전화에 ‘역전 시작됐어요’라는 조윤선 의원의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개표기 고장으로 작업이 더디게 진행된 송파구를 비롯해 강남·서초에서 오 후보 표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송파구는 유권자 수가 50여만 명으로 서울에서 가장 많다. 오 당선자는 서울 25개 구 가운데 18개 구에서 지고도 강남 3구에서만 12만 표를 더 얻어 역전에 성공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강남특별시장”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나 득표율을 살펴보면 강남 3구에도 ‘여당 견제’ 움직임이 나타났다. 2006년 출마 당시 오 시장의 강남구 득표율은 75%에 달했다. 서초·송파에서도 각각 71%, 65%의 지지율을 얻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오세훈 당선자의 강남 3구 지지율은 51~59%에 그쳤다. 4년 만에 15%포인트가량 빠진 셈이다. 이 수치는 그대로 야당표가 됐다. 한명숙 후보는 강남 3구에서 34~43%의 비교적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강남 3구의 견제심리 강화는 광역 비례대표 지지율 변화에서도 나타났다. 선호 정당에 기표하는 광역 비례대표 투표에서 한나라당은 2006년 강남·서초·송파에서 각각 72%, 69%, 6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강남·서초가 각각 55%·54%, 송파에서는 45%에 그쳤다. 득표율이 20%포인트 이상 줄어들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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