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면가 100배 넘는 고가株 속출 실적따라 주가 차별화 한국증시가 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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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삼성전자 30만3천원, 롯데칠성 59만원(30일 종가).'
주식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초보 투자자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만하다. 세계 1위 D램 제조업체인 삼성전자 주가가 음료회사인 롯데칠성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업 덩치나 제품 가격만 놓고 보면 이들 주가 움직임은 대체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롯데칠성의 주가 강세는 가히 눈부시다. 지난 1년간 주가가 4백40여%나 올랐다. 지난 28일엔 64만8천원을 기록하며 60만원대로 올라서기도 했다.
현재 롯데칠성은 상장·등록 기업 가운데 액면가를 고려하지 않고 절대 주가만으로 평가할 때 주식값이 가장 비싸다. 소위 황제주인 셈이다.
특히 최근엔 고가주들이 속출하고 있다. 우량주·비우량주의 주가가 차별화되는 '하이-로(high-low) 장세' 때문이기도 하다.
미래에셋증권 오진근 연구원은 "단순히 절대 주가가 높다고 고평가됐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주식수·이익규모 등을 살펴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증권 한영아 연구원은 "경기에 따라 해당 종목이 속한 업종의 실적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며 "고가주들의 등장은 투자자들이 우량주를 골라내는 안목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롯데칠성·삼성전자 사례를 통해 고가주들의 특성을 살펴본다.
◇롯데칠성·삼성전자 차이=주가는 기업가치를 반영한다. 애널리스트들이 적정주가를 산출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지표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익)이다.
예컨대 삼성증권은 올해 삼성전자와 롯데칠성의 당기순익을 각각 3조9천1백50억원, 1천19억원으로 예상한다. 현재 삼성전자와 롯데칠성의 주식수는 각각 1억5천1백32만주,1백23만주로 큰 차이가 난다.
따라서 순익을 주식수로 나눈 추정 주당순익(EPS)은 삼성전자 2만1천7백41원, 롯데칠성 7만6천6백76원이다. PER만을 적정주가 산출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롯데칠성 주가는 삼성전자보다 세배 가량 높아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경기회복·반도체업황에 따라 수익이 크게 늘 수 있고 성장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주가 프리미엄을 받는다.
다시 말해 주가는 기업의 덩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주식수·자본금과 이익 규모가 적정·실제 주가를 좌우하는 셈이다.
특히 롯데칠성은 대주주인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일가가 51%의 지분을 갖고 있어 실제 유통되는 주식수는 전체 주식수의 약 30%다. 요즘 하루 거래량이 3천~5천주에 불과하다. 때문에 조금만 사들여도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다.
서울증권 송지현 연구원은 "롯데칠성이 음료시장에서 시장점유율 42%를 차지할 만큼 시장지배력이 막강하고 음료사업이 경기를 덜 탄다는 점이 주가에 호재가 되고 있다"며 "아직도 PER를 볼 때 주가가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해외 정보기술(IT)업체보다 주가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PER가 아직 20배도 안된다. 미국의 인텔과 델컴퓨터는 40~60배다.
◇이익 많고 외국인이 선호=현재 국내 증시에서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억들은 대체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이 높다.

<표참조>
자기자본이익률은 회사 경영자가 주주의 자본을 갖고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세종증권 윤재현 연구원은 "최근 회사채 수익률이 7%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자기자본이익률 20%선을 넘는 것도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강조한다.
이들 종목은 공통적으로 외국인이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1월 초 14.21%이던 외국인 지분율이 29일 30.78%로 늘었다. 엔씨소프트는 1년 동안 외국인 지분율이 8%에서 43.65%로 늘었다.
SK텔레콤은 2000년2월 장중에 5백7만원을 기록하면서 장중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한달 후에 액면분할되면서 황제주의 지위에서 밀려났다.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2위 종목인 강원랜드는 카지노사업 독점업체라는 점이 투자 메리트로 부각되면서 외국인이 연일 사들이고 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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