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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표차 군수 당락 갈린 고성군, 이번에도 “피말리는 대접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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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말리는 대접전, 고성군 전투!”
2일 제5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중 강원도 고성군수 선거가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황종국(73ㆍ무소속) 군수는 윤승근(55) 한나라당 후보와의 초접전 끝에 208표 차이로 신승을 거뒀다. 6ㆍ2 지방선거의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중 충북 증평군과 강원 인제군에 이어 세번째로 적은 표 차다. 두 사람은 2008년 보궐선거에서 단 1표 차로 당락이 엇갈렸던 역사적 라이벌. 2년 만에 맞붙은 선거에서 다시 피말리는 접전을 벌인 것이다.

네티즌 사이에서 2008년 고성군수 보궐선거는 ‘혈투’로 알려져 있다. 당시 1차 개표 결과 황 군수와 윤 후보는 4597표로 동수를 기록했다. 득표율은 각각 31.3%였다. 재검표에서 황 군수가 웃을 수 있었던 것은 무효표 때문이었다. 검표 결과 황 군수는 무효표ㆍ유효표가 각각 1표씩 나와 득표수에 변동이 없었던 반면, 윤 후보는 유효표 1개가 무효로 처리되며 고배를 마셨다.

이번 고성군수 선거에 네티즌의 관심이 쏠린 것도 그래서다. 개표가 시작되자 네티즌은 “윤 후보의 복수혈전이 시작된다” “한나라당 공천받아 재출마! 배수진 친다” “남다른 둘의 인연, 애증의 관계” 등의 댓글을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올렸다. “희대의 리턴매치가 시작된다→1표차로 석패한 윤 후보가 ‘한나라당 공천’ 카드를 들고 나왔다→조금씩 역전되더니 결국 (황 후보) 승리”라며 고성군수 개표 상황을 마치 게임 중계하듯 블로그에 올린 네티즌도 있었다.

막판까지 두 후보의 초박빙이 계속되자 네티즌은 “역시 고성군수 선거”라는 반응을 보였다. “둘 중 하나가 죽어야 하는 혈투”로 표현하는 이도 있었다. 결국 44.2%(8221표)를 득표한 황 군수가 윤 후보 43.1%(8013표)를 1.1%p 차이로 앞섰다. 네티즌은 “황 군수의 뒷심이 돋보였다” “이번에도 복수혈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고성군, 다음에도 다시 붙는다”며 두 후보의 접전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재대결에서 승리한 황 군수는 “다시 한 번 일할 기회를 준 군민에게 감사드린다. 고성 발전을 계속해서 이루라는 뜻으로 받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운동을 뒤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가) 지난 번보다 더 힘들었다”며 “민선4기 후반에 최선을 다해 일했다. 이를 본 군민이 잘했다고 상을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후보에 2연승을 거둔 것에 대해선 “꼭 악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성군을 위해 일해보겠다는 윤 후보의 충성심을 존경한다. 다만 경쟁에서 아쉬움이 남는 결과가 있었다”며 “군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언젠가는 군정을 맡게 될 때가 올 것이다. 그때까지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선 6기 재대결 여부에 대해선 “출마는 성급한 이야기다. 지금은 고성군 개발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피말리는 심정, 말로 못해" 두번째 석패, 윤승근 고성군수 후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잠이 안 옵니다.”

2008년 보궐선거에 이어 지난 2일 6ㆍ2 지방선거에서도 근소한 표 차이로 탈락한 윤승근(55ㆍ한나라당) 강원 고성군수 후보는 4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2008년 보궐선거에서 황종국(73) 군수에게 단 1표 차이로 패배했던 그는 이번 선거에서도 불과 208표(1.1%p) 차이로 쓴잔을 마셨다. 네티즌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정도로 초접전을 벌인 끝의 패배였다. “그 피말리는 심정을 어떻게 말로 하겠습니까. 참 마음 졸이고, 조바심이 나는….”

보궐 선거 낙방 이후 그는 2년 간 절치부심했다.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그는 이번 선거에서 7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았다. 유세 기간엔 새벽 3시에 일어나 밤 12시에 잠자리에 드는 강행군을 계속했다. 고성군엔 항구가 많다. 새벽 3시반이면 출항하는 어부들에게 아침 인사를 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2008년 선거 이후 ‘한표 한표’의 의미가 뼈에 사무치게 다가왔습니다. 가급적이면 주민들 한분이라도 더 뵈려고 노력하고….”

그는 개표 이후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했다.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2008년엔 깨끗이 패배를 인정해서 언론에 ‘아름다운 승복’이란 제목으로 조명을 받기도 했던 그다. “흑색 선전과 유언비어가 너무 심했습니다. 여론 조사에서 제가 앞서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대응하지 않았던 것이 패인이었던 것 같아요.” 그는 “투표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는 제보가 있어 패배를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4년 뒤에 또 한번 선거에 도전할까.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하겠습니다.” 어제도 밤 늦게까지 선거 운동원들과 술잔을 기울였다는 그는 “머리가 많이 아프다”며 전화를 끊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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