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출범 1년] '절반의 몫 찾기' 일단 합격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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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오는 29일 여성부가 출범 1주년을 맞는다. 남녀간의 평등한 사회 건설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여성부의 활동은 주목도 받고 논란도 불렀다. 지난 1년간의 명암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여성부가 생기면서 일하기가 편해진 점이 많죠."

대기업 근무 10년차인 직장 여성 송희정(35)씨는 여성부 출범 후 1년 동안 사회에서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한다.

"여성부에서 성차별.성희롱 등의 사안에 대해 시정 권고를 내리고 이 사실이 공표되니까 남자 직원이나 상관들이 여자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는 일이 줄었어요.무심코 그런 말을 내뱉더라도 '어, 농담인데'라고 뒷말로 수습하죠."

송씨는 그런 남자들의 태도 변화가 여성부같은 '힘있는'대표 채널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본다.송씨는 성희롱뿐 아니라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급격히 늘어난 데도 여성부가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옛날 같았으면 여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도 남녀에게 공평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다보니 그렇게 함부로 하지는 못해요. 덕분에 직장에서 여성 중간 간부가 늘어나고 그러다 보니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송씨의 말처럼 여성부는 지난 1년간 활동을 통해 급속히 확장되고 있는 여성의 사회 진출에 탄력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여성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모성보호법의 통과에 많은 일하는 여성들이 힘을 얻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기선미 정책부장은 "여성부가 직접 관련 부처들과 물밑 조정작업을 벌인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외곽에 있는 여성단체들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죠."

이 외에도 국가정책에 성(性)인지적(認知的) 관점을 도입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즉 하나의 정책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사전에 별도로 평가하는 정책 조정 작업이 시작됐다. 각 부처의 여성 공무원 수를 늘리고, 국가의 인력개발 기본계획에 여성인력 개발을 포함시킨 점도 하나의 성과다.

하지만 직원 1백2명의 미니 부서로 출발한 여성부의 규모와 작은 예산 때문에 행정력에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점,그리고 성차별 조정 업무 외에는 고유한 행정적 집행 업무가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국회 여성특위 박숙자 전문위원은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부의 존재와 역할의 중요성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왔다는 점은 커다란 성과"라면서도 "여성부 자체의 업무 개발을 더 서둘렀어야 했다"고 말했다.

남성의 설 자리를 뺏어만 간다는 남성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21세기 소프트웨어 시대에 적합한 여성적인 직업과 영역의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부처별 협의 조정 기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이를 수행할 수 있는 회의 기구가 없어 효율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지방자치단체에 여성부 연계조직이 없어 중앙의 여성정책이 지방에선 시행되기 어렵다는 것도 한계다.

여성단체연합은 2002년 여성부의 과제로 ▶장관급.실무자급 여성정책 조정회의 신설▶남녀차별 시정명령권 도입▶여성 고용 정책 개발▶업무의 전문성 확보를 들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여성계에서는 어린이 보육(탁아)업무를 여성부로 이관하자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늘어나는 여성의 사회 진출에 육아가 직접적인 걸림돌로 떠오르면서 보육 업무를 복지부의 주변 업무에서 여성부의 중심 업무로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성부도 지난 17일 보육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방침임을 밝히며 5개년 계획을 내놓았다.

여성단체연합 이경숙 대표는 "성폭력.가정폭력 관련 업무 외에 집행 업무가 없는 여성부로서는 남녀 모두의 성평등을 위한다는 설립 취지에 맞는 보육 업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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