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고기 논쟁 세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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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개고기는 우리의 독특한 음식문화다."

"개고기를 옹호하는 것이 애국으로 오인되는 현실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월드컵을 앞두고 국내에서도 개고기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논쟁은 수도권 지역 보신탕 업주 3백50여명과 개고기 전문가들이 모여 '전국 개고기식당연합회(전개련)'를 발족키로 하면서 비롯됐다.

이들은 지난 1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KT(한국통신)고양지사 강당에서 연합회를 결성하고 개고기 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과 동물보호단체 등의 압력으로 KT측에서 장소 사용을 불허하자 이들은 오는 25일 일산 신도시에서 행사를 강행할 방침이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동물학대 추방운동을 벌여오던 '누렁이살리기운동본부' 등 6개 동물보호단체들이 일제히 발끈하고 나섰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전개련 결성식에 맞서 오는 27일 낮 12시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서 '개고기 및 동물학대 추방 가두 캠페인'을 열기로 했다.

이들은 이날 '민족문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개고기 식용 관습이 어린 세대들의 가치관을 어지럽히고 정신적 고통을 주고 있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한 뒤 모란시장에서 사온 보신탕용 누렁이 입양식 등을 할 예정이다.

이들은 월드컵 전까지 매월 한차례씩 대학로에서 개고기 반대 행사를 연다.

회원이 5천여명인 누렁이살리기운동본부 닥터 윤 본부장은 "인간과 가장 친숙한 개를 먹는 것은 동물학대의 시작"이라며 "아름답고 정결한 우리의 다른 문화를 제쳐두고 개고기 문화를 옹호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개련 모임을 주도하는 21세기 창업경제연구소 최한권(崔漢權.47)소장은 "식품은 기호에 따른 것이므로 국가간 문제일 때는 문화적 차이로 해석해야 마땅하다"며 "우리 개고기 문화를 세계인에게 당당히 알려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양=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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