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재건 도쿄 회의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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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프가니스탄 재건 지원을 위한 국제회의가 21일 이틀 일정으로 도쿄(東京)에서 개막됐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사우디아라비아를 공동 의장국으로 하는 이번 회의에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과도 정부 수반,한승수(韓昇洙)외교통상부 장관,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등 59개국 각료와 22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했다.

◇ 의미=이번 회의는 국제 사회가 아프가니스탄 부흥 지원에 실질적인 첫발을 내디뎠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소련의 침공과 탈레반의 집권, 9.11 테러에 따른 미국의 보복 공격으로 황폐화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원이 이 회의 이후 본격화하는 것이다. 회의는 카르자이에겐 국제무대 데뷔의 장(場)이었다.

그는 연설에서 "아프가니스탄에는 아무 것도 없다"며 "투명성.효율성을 약속할테니 재건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국제 사회의 지원 분야로 ▶통화 안정과 중앙은행 재건▶행정능력 확립▶농업.목축 육성▶지뢰 제거▶국군 및 치안국 창설을 들었다.

◇ 각국 지원 규모=아프가니스탄 부흥 비용은 막대하다. 유엔은 아프가니스탄의 정식 정권이 출범하기까지 2년6개월 동안 49억달러, 향후 10년 동안 1백46억달러가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공공행정과 의료.교육, 사회기반시설 확충에 22억여달러가 투입될 전망이다. 지뢰 제거와 마약 퇴치에만 5억7천만달러가 든다.

22일 공식 발표될 참가국의 지원 규모는 2년6개월 동안 약 3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일본측은 분석했다. 첫날 회의에서 EU는 향후 1년 동안 5억달러, 일본은 2년6개월 동안 5억달러, 미국은 1년 동안 2억9천만달러를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은 2년6개월 동안 4천5백만달러 한도 내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이미 아프가니스탄 난민 지원비 등으로 1천2백15만달러를 낸 만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자금 지원은 최대 5천7백만달러가 된다.

한승수 외교통상부장관은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의 보건.의료, 교육, 직업훈련, 도로.보수, 통신망 확충 지원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각국의 이해 관계=참가국들은 "아프가니스탄을 중시하고 있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지원 분담금은 가능한 한 줄이려는 분위기다. 다만 아프가니스탄 지원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판이하다. 미국은 지원금이 아프가니스탄 내 무장세력에 흘러드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

일본은 미국의 정책에 발맞추면서도 이번 회의 개최로 국제 사회에서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중국은 재건 지원이 유엔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며 미국을 견제하고 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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