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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대통령 ‘자기만 살겠다고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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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AP=연합뉴스]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의 비행기 추락 사망 사고에 놀란 그루지야의 미하일 사카슈빌리(사진) 대통령이 전용기에 거액을 들여 자신만을 위한 비상탈출장치를 설치해 비난을 사고 있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이 1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카친스키 대통령 사망 사고에 충격을 받아 700만 달러(약 85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용기에 비상탈출장치를 설치했다. 카친스키 대통령은 앞서 4월 중순 전용기가 러시아 스몰렌스크 공항 인근에 추락하면서 다른 탑승객 95명과 함께 사망했다. 사카슈빌리 대통령 전용기에 새로 설치된 탈출장치는 1인용이다. 긴급사태 발생 시 조종석 위의 탈출구로 솟구쳐 오르는 전투기용 비상탈출장치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야당은 국가 예산 낭비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야당 지도부는 “당초 민항기를 이용하겠다고 했던 대통령이 5600만 달러를 들여 전용기를 구입한 것도 모자라 거액의 추가 예산을 들여 탈출장치까지 만든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 시선도 곱지 않다. “대통령이 늘 경제위기를 들먹이면서, 자신만의 쾌적과 안전을 위해 국가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가장 용감한 대통령이 염치도 없이 (비행기 사고를) 두려워해 국민을 놀라게 하고 있다”며 사카슈빌리 대통령을 비꼬았다. 신문은 또 “멀쩡한 비행기에 비상탈출구를 만드는 등 개조하면 오히려 추락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항공 전문가의 지적도 소개했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정치 엘리트로 승승장구하다가 2003년 부정선거 시비로 촉발된 민주시민혁명(장미혁명)을 성공시켜 이듬해 집권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그루지야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등 노골적인 친서방 노선을 걸어왔다. 하지만 2007년 반정부 시위로 정치적 위기를 맞은 데 이어 이듬해 러시아와의 전쟁에 패하고 경제위기까지 겹치면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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