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나랏돈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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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철도청은 지난 해 '의정부~동안 복선전철화'사업을 하면서 당초 설계에는 없었던 3개역을 지역 민원 때문에 신설(6백70억원)하는 등의 이유로 총사업비를 1천4백억원이나 늘렸다.

반대로 '호남선 전철화'사업의 경우 전철 자동화에 필요한 전자 시스템을 도입하는 예산을 책정하면서 호남선 이외의 다른 지역 예산(1천6백97억원)까지 끼워 넣어 총사업비를 부풀렸다가 감액당했다.

건설교통부는 '예산~대술 간 일반국도' 사업을 하면서 민원이 발생하자 설계에 없었던 도로 터널화 공사를 위해 72억원을 늘렸다. 경찰청은 인천 청사를 지으면서 당초 총사업비에 잡혀있지 않던 지하주차장을 신규로 건설, 예산이 모자라 준공이 늦어지자 19억원을 추가 배정받았다.

법무부는 지방 청사를 지으면서 '단가를 현실화하고 미술장식품 설치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53억원을 늘렸다. 이처럼 '계속 사업'들의 총사업비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해온 것이 현행 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예산회계법(시행령 3조)에 의하면 기획예산처 장관이 '총사업비 조정'에 대한 전권을 갖고 있다. 처음 총사업비를 결정할 때만 국회 심의를 받으면 그 이후 진행과정은 검증할 장치가 전혀 없는 것이다.

국회는 예산심의 때 그해 사업 예산만 심의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은 지난해 기금관리기본법 등 예산3법에 예산회계법을 포함해 개정을 추진했으나 여.야 간 시각차로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

한나라당은 '총사업비가 20%이상 늘거나 줄 경우 국회 심의를 받도록 한다'는 내용의 예산회계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예산을 줄이면 다음해 예산도 자동적으로 줄게 돼 일단 써버리자는 분위기와 수년 간에 걸쳐 하는 사업은 일단 적은 예산으로 시작부터 한 뒤 중간에 늘리면 된다는 일종의 모럴 해저드가 문제"라며 예산회계법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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