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 동맹협상 기밀 왜곡 한·미관계에 큰 불안 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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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가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의 잇따른 한.미동맹협상 '기밀문서 폭로와 정보 왜곡'에 큰 우려를 표시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가 4일 워싱턴에서 중앙일보와 단독으로 만나 이같이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한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동맹협상 관련 기밀문서 폭로와 정보 왜곡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은 한국 정부에 조치를 요구할 것을 검토해야 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그는"이 같은 행태는 (한.미관계에) 큰 불안을 야기하는 것(Very Disturbing)"이라며 "양국은 허가받지 않은 비밀문서 폭로를 방지하는 협정을 맺은 바 있기 때문에 이는 한.미 상호방위조약 위반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문서 폭로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이해와 신뢰에 대한 딜레마이고, 노무현 대통령 행정부를 훼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문제와 관련, "미국은 GPR(해외 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해외 주둔 미군을 유사시 어디로든 이동시킬 수 있고, 양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강화 원칙에 합의했기 때문에 미국이 주한미군을 이동할 때 한국의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반드시 한국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합의된 것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그는 "지금까지는 국방부 관계자로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고, 이제부터 말할 것은 사견"이라며 폭로의 배후를 추정했다. 그는 "폭로는 노무현 행정부의 한.미동맹 개편협상에서 자신들의 의견이 무시된 데 분노한 사람들이나 외교통상부.국방부.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일부에 대해 적개심과 야심을 품은 사람들의 계산된 공격"이라며 "이들은 정부 기밀문서에 접근이 가능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줄 수 있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폭로가 사실을 왜곡했다는 말인가.

"노회찬 의원은 '지난해 9월 한국이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에 이미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 측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이 합의한 건'그와 관련된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전념하겠다'는 것이었다. 또'주한미군의 지역역할이 대북.대중 선제 개입을 위한 것'이라는 그의 폭로 역시 민간인(학자)들의 이론을 모은 연구용 문서를 보고한 말에 불과하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과 관련해 현재 양국의 논의는 어떤 수준인가.

"양국은 2002년부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증진돼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는 지난 10월 한.미연례국방장관회의(SCM) 발표문 등에도 여러 차례 명시됐다.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을 지구상의 모든 지역에 걸쳐 더 잘 대응하게끔(Responsive) 만든다는 개념이다. 양국은 유연성 증진 원칙에 합의함에 따라 그 절차를 협의하는 단계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과 관련, 많은 한국인은 유사시 주한미군이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역할이 달라지는데 주둔비용이나 용산기지 이전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는 것이 모순이란 비판도 많다.

"그건 주한미군의 이동(Out)만 생각하고, 추가 진입(In)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에 긴급상황이 생기면 독일에 있는 미군이 올 수도 있다."

-주한미군 역할변경은 임무를 한국 방위로 국한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모순되기 때문에 조약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약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은 그와 무관하게 별도로 논의되는 것이다."

-폭로가 특정인들의 계산된 공격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단정하는가. 증거가 있나.

"한국 측 관리들과 여러 번 대화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확실히 떠올랐다. 그들의 목적은 한국 고유의 국익과 한.미동맹의 이익 사이의 균형(Balance)을 흔들어 한.미관계에서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하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정부에 폭로에 대해 조치하도록 요구할 권한이 있나.

"양국 군사협상은 비밀문서에 기록된 내용은 물론 협상당사자 간 대화록까지 상호기밀이다. 한쪽에서 상대방 동의 없이 문서 내용을 밝히는 행위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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