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 총장 내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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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임을 맡게 돼 책임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바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명재(59)검찰총장 내정자는 16일 오후 11시50분 서울 청담동 자택 앞 골목길에 도착,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게 이렇게 각오를 밝혔다.

지인들과 저녁식사 등을 한 뒤 귀가한 그는 내리는 비를 맞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나머지는 취임 이후 밝히겠다"고 했다.

서울고검장이던 지난해 5월 신승남 전 총장의 취임을 하루 앞두고 "후배들의 승진 폭을 넓혀주겠다"며 27년간 몸담았던 검찰을 떠났던 그다.

당시 후배 검사들로부터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말을 들었던 그는 8개월 만에 31번째 검찰총장으로 어깨가 무거운 복귀를 하게 됐다.

그때 그는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도록, 그리고 잘못하고도 그 값을 치르지 않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도록 각자 맡은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검찰이 바로 서는 길입니다"라는 퇴임사를 남겼었다.

그는 경북 영주 출신으로 경북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지 5년 만인 197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시 합격 전 한때 외환은행에서 일한 적도 있다. 검사 생활은 늦었으나 특수수사, 특히 경제범죄 수사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이철희.장영자씨 부부 어음사기.영동개발비리.5공비리.서울대 음대 입시부정.환란.세풍(稅風)사건 등 굵직한 수사를 맡았다.

그가 장영자씨 사건을 처리한 모습을 지켜본 김기춘(金淇春)전 법무부장관은 "당대 최고의 검사"라는 찬사를 하기도 했다.후배 검사들 사이에선 엄격하면서도 자상한 성품과 겸손한 태도 때문에 '가장 존경하는 선배'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그는 대검 중수부 2.3과장과 서울지검 특수1부장, 대검 중수부장.부산 고검장 등을 두루 거친 뒤 법무법인 태평양의 변호사로 재직해 왔다.

한양여대 산업디자인과 교수인 부인 유근향(劉槿鄕.57)씨와 2남1녀.

그의 형 경재(景載)씨는 전 중소기업은행장을, 동생 정재(晶載)씨는 전 재경부 차관을 지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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