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외상 매수 급증 미수금 열흘새 4천억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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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최근 개인들의 미수금이 급증하고 있다.

미수금은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3일 안에 갚겠다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액수를 말한다.

3개월 가량이 기한인 신용대금보다 결제기간이 짧아 이자비용이 적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연초 4천억원대였던 개인투자자들의 예탁금 미수금 잔고는 불과 열흘 만에 두배인 8천억원대로 늘어났다.

최근 고객예탁금이 꾸준히 늘어나며 개인들이 순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3분의 1가량은 미수물량인 것으로 분석된다.

굿모닝증권 최창호 책임연구원은 "지난주 미수금 증가규모는 3천2백35억원으로 개인이 순매수한 9천7백8억원의 33%에 달한다"며 "현재 개인들의 예탁금 미수금 규모는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말했다.

미수금 증가는 하루에 여러차례 주식을 사고 파는 데이트레이더들의 영향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투자패턴이 지난해말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탁금 미수금의 급증은 향후 증시의 불안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대다수 투자자들이 새로운 돈을 가져와 메우기보다 산 주식을 팔아서 갚기 때문이다. 문제는 개인들의 미수금 증가가 장이 좋을 때는 문제가 안되지만 꼬꾸라질 경우 악성매물의 출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우증권 황분현 연구위원은 "미수금 급증은 상승장에서 소외돼 있던 개인들이 뒤늦게 장에 뛰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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