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CEO대통령' 검증할 TV 토론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민주당 대선 예비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TV토론이 이번 주에 시작된다. TV토론의 힘있고 미묘한 영향력을 1997년 대선 때 국민은 경험했다.

당시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후보 경선 때부터 본격 등장한 TV토론은 지지율과 인기도를 거침없이 바꿔놓았다. 그 이후 TV토론은 선거판도를 뒤흔드는 위력적인 변수로 자리했다. 그만큼 이에 대한 여론의 주문과 기대는 다양하다.

우선 TV토론은 '돈 선거'를 막는 효과적 수단이 돼야 한다. 1월 농협 조합장 선거→4월 민주당 경선→6월 지방선거→8월 국회의원 보궐선거→12월 대선까지 헌정사상 1년간 가장 많은 선거를 치르는 탓에 돈 선거의 유혹은 거셀 것이다.

국민 경선제라는 화려한 정치실험을 시작한 민주당의 경선 후보 1인당 비용이 최소 1백억원은 될 것이고, 새 먹이사슬을 노리는 정치 브로커가 기지개를 켠다는 얘기가 벌써 나온다. 대선 주자들은 혼탁선거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TV토론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짜내야 한다.

무엇보다 후보들의 선전무대가 아닌, 자질과 비전을 검증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검증의 초점은 3金정치 이후의 새로운 리더십과 국가적 과제에 맞춰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리더십의 유형은 '제왕적 대통령이 아닌 CEO(최고경영자)대통령'이다.

국가 경쟁력과 품격을 끌어 올리는 '업그레이드 코리아'의 견인차를 요구한다. 그런 시대적 변화에 맞는 후보를 찾아내는 검증의 과정이 된다면 TV토론의 긴장감과 국민적 관심은 높아지고, 돈 선거의 유혹은 멀어질 것이다.

또한 TV토론은 '신뢰의 정치'를 다지는 장치로 자리잡아야 한다. DJ정부에서 나타난 정치적 소용돌이와 각종 게이트 의혹 속에서 '어이없는 말 바꾸기와 원칙없는 변신'의 장면이 무수히 등장했다.

정치에 대한 믿음이 땅에 떨어진 것도 그 때문이다. 주요 이슈와 정책에 대한 말이 바뀌지 않았는지, 인기를 찾아 입장을 번복했는지를 추적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대선 예비주자들의 분발과 문제의식을 지켜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