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쑥쑥] 교실서 키우는 지렁이로 혼경을 배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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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지렁이에 대해 생각해 보자. 언뜻 징그럽다는 생각부터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제대로 알고 나면 '흙 속의 농부'라든가 '자연의 청소부' 같은 사랑스러운 별명이 떠오를 수도 있다. 지렁이는 흙 속에 살면서 토양을 기름지게 해주는 이로운 생물이다.

독일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이 지렁이가 아이들의 친구가 되었나보다. 『지렁이 카로』(이후)는 독일 시골마을 교장 선생님의 환경교육 사례를 담은 책이다. 학교 안에 쓰레기가 넘쳐나는 것을 걱정한 셰퍼 선생님은 유리로 된 상자 안에 지렁이 '카로'를 기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카로에게 친근감부터 느낀 듯하다.

그래서 지렁이 카로가 먹을 수 있는 쓰레기와 먹지 못하는 쓰레기를 민감하게 분류할 수 있게 되었고, 카로가 먹지 못하는 쓰레기는 아예 쓰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는 생활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어린이들이 시골마을을 무대로 벌인 환경운동들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강이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접 나무를 심거나 농사를 짓는 일이 아이들에겐 좋은 환경교육이 되었고, 십수년이 지나면서 마을에는 '생명의 삶터를 지키는 모임'이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행복한 결말이다. '생각은 지구적으로 하되 행동은 지역적으로 한다'는 환경운동의 원칙이 실현된 경우이기도 하다.

환경에 대한 지식책만큼 사회변화에 민감한 경우는 드물다. 1980, 90년대만 해도 환경에 대한 어린이책은 '수질' '대기'하는 식의 자연과학적 분류에 맞춘 딱딱한 지식전달용 과학책이 대부분이었다.

또 환경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공해문제'와 '오염현황'을 고발한 책이 대다수를 이룬 시기도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환경교육을 고민하는 교사들이나 환경단체들은 '자연친화'라는 답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고 어린이들에겐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부터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자연과 환경, 인간 사이의 연관을 깨닫게 해줌으로써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같은 깨달음의 결과,다양한 '생태기행'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자연'이나 '생물'에 대한 책 자체가 환경교육을 위한 책으로 제시되는 분위기다.

아이들은 방학 때만 되면 '환경'에 대한 글쓰기 숙제를 곧잘 받아오곤 한다. 숙제를 가장 잘 하는 방법은 자연에 대한 책을 읽고 직접 자연으로 나가보는 것이다.

『식물일기』나 『곤충일기』(진선)를 읽고 작가가 한 것처럼 주변의 자연을 살펴보거나 앞서 이야기한 『지렁이 카로』를 읽고 스스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여유가 된다면 환경단체나 지역단체에서 행하는 '철새기행'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연을 접한 아이들은 나름대로 생각을 키워나가고 그 가운데 자연스럽게 '글감'도 얻게 될 것이다.

이성실 <어린이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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