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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장비 먼지제거제로 중국 진출 성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불황이 계속되면서 사업하는 사람들의 주름살이 깊다. 특히 중소기업 사장들이나 자영업자들은 하나같이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주)비엔에프(BNF, www.ju-bnf.com)의 이동호 사장은 요즘 얼굴이 밝다.

▶ BNF 이동호 사장

자신이 4년여에 걸쳐 개발한 전자장비 세정제 'BTS-77'이 대박을 터뜨리기 직전에 와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무선통신업체들과 엘리베이터 관리회사들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중국의 차이나텔레콤도 제품에 만족감을 표시한 상태다.

지난 10월 제품을 출시했는데 한달만에 1500만원의 매출이 발생했을 정도다. 그는 "중국시장만 잘 개척하면 회사의 미래는 탄탄대로"라고 말했다.

BTS-77은 순전히 그의 아이디어 소산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자부품 회사를 운영하던 중 전자제품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자회로기판이 얼마 사용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것을 보게 됐다. 2000년 쯤 일이다. 원인을 알아보니 태반이 회로판에 쌓인 먼지를 제때에 제거하지 못해 빚어진 일이었다. 무차별로 기판이 버려지면서 환경오염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 때부터 그는 회로판 먼지와의 싸움을 시작했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그것도 손쉽게 먼지와 이물질을 제거할 수는 없을까. 그는 즉각 시중에 나와있는 세정제를 구입해 폐기된 회로판에 뿌리고 효능을 살폈다. 그러나 대부분 세정제는 전도성에 부식성이 있어 사용이 어려웠다. 그렇게 30여종의 제품을 모두 시험해 봤지만 완벽하게 먼지를 제거해주는 세정제를 찾지 못했다.

▶ BTS-77 회로기판 세정제

"거듭된 실패로 고민하던 중 우연히 천연감귤에서 추출한 솔벤트를 이용한 외제 세정제를 보고 '이거다' 싶었습니다. 천연감귤에서 세정성분을 추출하다 보니 친 환경적이라는 생각이 가장 앞섰습니다."

제품을 시험해 봤더니 효능이 완벽했다. 2만5000V에서도 비전도성을 유지하고 기판에 아무리 많이 뿌려도 부식작용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세정하고나서 액을 닦아낼 필요도 없었다. 비전도성이다 보니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도 성능은 그대로 유지됐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먼지제거 물질은 찾아냈지만 '회로기판에 세정제를 편리하게 뿌리는 방법'을 찾는 문제가 기다렸다.

기존 세정방법은 에어 컴프레셔(공기분사기)로 먼지를 제거하거나 제품을 분리한 상태에서 세정액을 직접 바르거나 뿌려주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 사장은 에어졸 방식의 제품개발을 생각해 냈다. 휴대하기 간편하고 회로기판을 완전 분리하지 않고 틈으로 액을 분사해 먼지나 이물질 제거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지난 10월 제품을 내 놓았을 때 가장 큰 관심은 차이나텔레콤과 동펑(東風)자동차가 보였다. 현지에서 제품 설명회를 했는데 두 회사 관계자들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특히 중국최대 통신사인 차이나텔레콤은 곧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무선통신회사는 통신기기의 회로기판에 먼지가 쌓이면 통화품질이 보장되지 않아 기판먼지 제거가 기기관리에 가장 중요한 일이다. 차이나 텔레콤의 경우 이같은 무선기기가 40여만대나 되기 때문에 당연히 BNF제품에 관심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이 사장은 "현재 중국 다롄(大連)에 판매법인을 만들어 곧 시판에 들어갑니다. 내년에는 상당한 매출이 있을 것으로 자신합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국내서도 반응이 좋다.

최근 엘리베이터 유지 보수회사인 H가 전원을 켠 상태에서 엘리베이터 회로기판에 제품을 분사했는데 세정력이 탁월하자 곧바로 구매를 결정했을 정도다. 또 국내 한 무선통신사가 이 제품을 사용해 보고 성능에 반해 사용중이다.

이 사장은 "이 제품으로 회로기판 먼지를 제 때 제거해 주면 기판의 수명이 현재보다 3배나 늘어난다"며 "무심코 버려지는 기판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회로기판이 있는 모든 전자제품 관리를 위해 친환경 세정제가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어렵지만 자신의 주변을 유심히 살피면 사업아이디어가 있고 그 아이디어를 상품화 하면 그게 곧 창업이고 틈새시장개척"이라고 말했다. BNF는 최근 BTS-77에 대한 국내특허 출원및 실용신안등록, 환경마크 신청을 마쳤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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