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월드컵 성공기원 2002시간 노래부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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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월드컵 대회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겠지만 그에 일조(一助)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올해 39세의 노총각으로 아마추어 가수인 신천식씨는 돈키호테같은 방법을 택했다. 길거리에서 2002시간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여의도에서 '동그라미 국제결혼정보'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씨는 국회의사당 주변, 여의도공원 등에서 주로 노래를 불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국.일본 월드컵 4강 공동진출 기원'이라고 쓴 현수막을 걸어놓고 앰프의 기타반주에 맞춰 '사랑을 위하여' '영영''존재의 이유' 등 흘러간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은 이제 주민들에게 익숙한 풍경이 됐다.

하지만 상가 관리인이나 의경들에겐 여전히 단속 대상이다. 수십차례 쫓겨난 끝에 최근엔 대방동에서 여의도로 넘어가는 지하도를 공연무대로 택했다.

신씨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건 2000년 3월.

"보통의 한국 남자 이상으로 축구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신씨는 어느날 '2002시간 노래부르기'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곧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주 평균 4~5일, 한번에 3~5시간 노래부르는 강행군을 계속해 10일 현재 1천6백시간을 돌파했다. 개막일 전날인 5월 30일까지 2002시간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12월 31일과 1월 1일 이틀간 오사카(大阪) 중심가에서 6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고 3일 돌아왔다.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는 물음에 신씨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뒤 몸무게가 10㎏ 이상 빠져 다이어트에는 노래가 특효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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