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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국도에 통행료가 웬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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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문경시 각서리와 충북 괴산군을 연결하는 이화령터널을 이용하는 문경.상주.예천.안동 지역 주민들이 잔뜩 화가 나 있다.

꼬불꼬불한 산길에 터널이 뚫려 편하긴 하지만 통행료가 비싸 부담인 데다 지역 발전에도 걸림돌이 된다며 통행료를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경지역 시민단체인 문경발전협의회(회장 고방훈.58)는 지난해 말부터 이화령터널의 통행료 폐지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최근 이 지역 주민 2만2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정부 관련부처와 각 정당에 통행료 폐지를 건의했다.

최근엔 협의회 간부들이 건설교통부를 방문해 "민간자본으로 건설한 이화령터널을 정부가 사들인 뒤 통행료를 받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우회도로가 없는 국도에 통행료를 받는 것은 주민 부담을 늘리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도는 국민의 편의를 위해 국가 예산으로 건립해야 하는 만큼 통행료를 징수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주민들은 산길을 돌아가는 옛길이 있긴 하지만 경사가 가파른 데다 물류비도 많이 들어 대체도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협의회 고회장은 "이화령터널은 문경과 충북을 잇는 사실상 유일한 도로"라며 "터널 건설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통행료를 받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통행료가 지역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승용차 1천3백원, 화물차 1천6백원, 대형차량 2천6백원의 통행료 탓에 투자 유치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협의회 최경관(64)사무국장은 "폐광지역인 문경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통행료가 비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며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주장과 달리 민간 건설업체는 통행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당초 터널이 완공되면 하루 평균 2만4천대의 차량이 오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통행량은 8천6백여대에 지나지 않아 이 업체 역시 큰 손해를 입고 있다.

이와 관련 터널의 건설과 관리를 맡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며 "통행료 폐지를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내년도에 이화령터널을 사들일 예산이 편성될 수 있도록 건설교통부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글=홍권삼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 문경.충북 괴산 잇는 1.6㎞ … 98년 11월 부터 징수

◇이화령 터널=길이 1.6㎞로 ㈜두산건설의 자회사인 ㈜새재개발이 1994년 12월 착공,98년 10월 완공했다.이로써 30여분 걸리던 국도 3호선의 조령 통과시간이 1분 남짓으로 단축됐다.새재개발은 6백65억원이 투자된 터널의 건설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98년 11월 10일부터 통행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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