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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인기 타고 네이트 약진, 네이버 1위 흔들리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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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호 12면

대학생 이윤주(21·서울 마포구 상암동)씨는 웹브라우저의 홈페이지를 지난달 네이트로 바꿨다. 그는 “얼마 전 아이폰용 네이트온 앱을 설치한 뒤 메시지를 PC 대신 모바일로 주고받는다”며 “친구들이 대부분 쓰고 있는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곧 아이폰용으로 나온다고 해서 PC 홈페이지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을 아이폰을 통해 주로 접속하다 보니 기존 포털 사이트에는 잘 안 가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네이트온은 가입자 3000만 명인 국내 최대의 메신저 서비스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운영한다. 싸이월드 역시 SK컴즈의 미니홈피 서비스로 가입자가 2500만 명이다.

모바일이 인터넷 권력지도 바꾼다

통신부품 개발업체인 지씨티의 김송원(28) 연구원은 포털 대신 구글을 홈페이지로 쓴다. 김 연구원은 “몇 년 전부터 메일과 일정·지도 같은 구글 서비스를 사용했다. 최근 장만한 안드로이드폰에도 이런 서비스가 기본으로 탑재돼 있어 연동해 쓰기가 매우 편리하다”고 말했다. 구글은 세계 검색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인터넷 업계의 절대 강자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용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공개했다. 올 들어 미국에서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아이폰을 넘어설 정도로 급부상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국내 인터넷 포털 시장에서 ‘꼬리(모바일)가 몸통(PC)을 흔드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다음 같은 포털은 검색·블로그·뉴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면서 국내 PC 사용자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모바일과 결합하면서 기존 포털 왕국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게임·SNS가 포털 역할 대신
해외에서는 인터넷의 중심이 포털에서 SNS로 이동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 이용자가 4억 명을 넘어섰다. 가입자들은 하루 평균 55분을 페이스북 사이트 안에서 보낸다. 단순히 친구들과 사진·메시지를 주고받는 데서 벗어나 검색·게임·뉴스 등을 종합하는 정보 유통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NS 기반의 소셜게임인 ‘팜빌’은 이용자가 8000만 명에 달한다. SNS를 통해 다른 사용자들과 농작물을 사고팔며 자신만의 농장을 키운다. 닌텐도의 인기 게임인 ‘동물의 숲’ 온라인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게임을 개발한 미국 ‘징가(Zynga)’는 올해 매출이 6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창립 3년 만에 국내 1위 게임업체 엔씨소프트(2009년 매출 6300억원)와 비슷한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 인터넷업계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웹사용자 분석업체인 랭키닷컴에 따르면 올 4월 기준으로 가장 인터넷을 많이 쓰는 30대 남자의 경우 1위인 네이버(NHN)는 방문자가 800만 명이다. 게임 포털인 한게임(200만 명)을 합치면 NHN의 전체 방문자는 1000만 명 수준이다. 다음은 포털 방문자가 710만 명이다. 그러나 블로그 서비스인 티스토리 방문자(370만 명)를 합치면 1080만 명으로 NHN을 넘어섰다. SK컴즈의 포털 네이트(640만 명)는 방문자 수 3위에 그쳤다. 하지만 4위인 싸이월드(610만 명)만 합쳐도 네이버와 다음을 넘어선다. 티스토리·싸이월드 같은 SNS 서비스가 업계 판도를 뒤흔드는 것이다.

연령별로 보면 이런 변화가 더 두드러진다. 네티즌이 주로 방문하는 사이트에서 네이버는 전 연령층에서 1위를 유지했다.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네이버 뒤를 다음·네이트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20대에서는 좀 다르다. 네이버에 이어 네이트와 싸이월드가 2·3위를 차지했고, 다음은 4위에 그쳤다. 경현아 랭키닷컴 팀장은 “30대 이상 네티즌은 주로 포털에서 검색·메일·뉴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비해 20대 네티즌은 SNS를 통해 정보를 얻고 친구들과 교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모바일 중심으로 개편 가속도
SNS는 모바일과 결합하면 파괴력이 배가된다. PC를 켤 필요도 없이 스마트폰으로 게임·메시지·뉴스 등을 모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검색업체인 구글이 모바일용 OS인 안드로이드를 개발해 공짜로 뿌리는 이유다. 인터넷업체들은 각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구글은 검색 결과 옆에 스폰서 광고를 붙이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안드로이드에는 구글 검색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서효중 가톨릭대 교수는 “구글은 포털이 아닌 검색업체다. 점점 커지는 모바일 시장에서도 PC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모바일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달 말로 애플 아이폰이 선보인 지 6개월이 된다. 10만~20만 대가 팔릴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지금까지 70만 대 이상 판매됐다. 삼성전자의 옴니아 2도 그만큼 팔렸다. 안드로이드폰을 포함해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인터넷업계도 변신이 불가피해졌다. 국내 포털업체는 홈페이지에 배너나 팝업 광고를 올리거나 게임 아이템 등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데 모바일에서는 이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변신의 선두에는 SK컴즈가 서 있다. 스마트폰용 앱 분야에서는 시동이 늦게 걸렸지만 모바일 서비스는 가장 앞서 있다. 오픈플랫폼 담당인 김영을 부장은 “2004년부터 싸이월드를 중심으로 모바일 서비스에 나선 덕에 젊은 층에서 네이트의 인기가 높다”며 “언제 어디서든 휴대전화로 사진을 보고 답글을 달 수 있어 이용자가 750만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대 초반은 50% 이상이 모바일을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옴니아2와 아이폰용 메신저인 네이트온을 내놓은 데 이어 올 7월에는 통합 주소록도 출시한다.

업계 선두인 네이버 역시 변신에 적극적이다. 올 들어 메일·블로그·뉴스·지식인·지도 등을 모바일용으로 내놓은 데 이어 한국형 트위터인 미투데이도 키우고 있다. 지난달 취임 1년을 맞은 김상헌 NHN 대표는 분당 신사옥에서 ‘네이버쉬프트 2010’ 행사를 열었다. 포털 자체를 모바일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 이용자들이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로도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스마트폰용 응용 프로그램(앱)으로 모바일 시장을 이끈다는 전략이다. 다음은 아이폰이 출시되자 다양한 앱들을 한발 앞서 내놓았다. 김지현 다음 본부장은 “수가 적더라도 질을 높여 ‘자주, 많이, 오랫동안’ 쓰는 킬러 앱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휴대전화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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