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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비추면 시세 정보 뜨고 예금 가입 및 담보 대출도 한 번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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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호 26면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 사회주의 경제학자 카를 마르크스의 말이다. 곧 인간의 의식이 생활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이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스마트폰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된다. 스마트폰이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혹자는 ‘생활혁명’이라고까지 한다. 금융 부문에서도 그렇다. 예금 조회나 계좌 이체는 물론이고 예·적금 및 펀드 가입, 대출, 카드 업무 등 거의 모든 은행 업무가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 가능하다. ‘손안의 은행’이 현실이 됐다.
 
급증하는 모바일뱅킹 규모
국내에서 스마트폰이 화두가 된 것은 지난해 11월 아이폰이 출시되면서다. 스마트폰은 빠르게 휴대전화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휴대전화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스마트폰 출하량은 4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올해 스마트폰이 당초 예상한 400만 대에서 100만 대 늘어난 500만 대까지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휴대전화 사용자의 10%에 이르는 규모다.

내 손 안에 은행이 들어왔다 …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 전쟁

한국은행에 따르면 모바일뱅킹을 통한 하루 평균 자금 이체 건수는 지난해 172만 건, 금액으로는 2656억원이었다. 2005년에 비해 건수는 6배 이상, 규모는 5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일반폰과 스마트폰을 모두 합친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수가 1100만 명을 넘어섰다. 2005년에 비해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아직까지 하루 거래 금액이 30조원을 돌파한 인터넷뱅킹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인터넷뱅킹을 통한 자금 이체 규모는 전년보다 29% 늘었지만 모바일뱅킹은 76% 증가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 모바일뱅킹 규모가 더욱 빨리 증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사용이 편해 스마트폰에서는 일반폰에 비해 뉴스·음악·게임 등 콘텐트 활용 비중이 크다. 스마트폰에서는 특히 모바일뱅킹 서비스 이용 건수가 일반폰에 비해 다섯 배 이상 많다. 여기에 스마트폰 사용자는 왕성한 경제력을 갖춰 가는 30~40대에 집중됐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은행에 새로운 기회다. 스마트폰이 모바일뱅킹의 이용 패턴을 바꾸기 때문이다. 과거 모바일뱅킹이 계좌 잔액 확인이나 이체 등 단편적인 서비스에 그쳤다면 스마트폰으로는 고객 위치를 활용한 지점 정보 제공 서비스,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 등 복합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미국 20위권 은행인 USAA연방저축은행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수표를 찍어 전송하면 수표가 입금 처리 되는 서비스를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한다.

아직 국내에서는 스마트폰 뱅킹이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잘만 활용하면 ‘손 안의 은행’을 만들 수 있다.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면 일단 해당 은행이 어떤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지원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현재 신한·우리·하나은행 등은 아이폰·안드로이드·윈도모바일 등 3대 스마트폰 OS에서 모두 이용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용 뱅킹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지만 다음 달에는 윈도모바일용 체제도 지원할 계획이다.

서비스 가입 방법은 은행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비슷하다. 인터넷뱅킹 가입자라면 해당 은행 홈페이지나 통신사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에서 스마트폰 뱅킹 프로그램을 다운받는다. 인터넷뱅킹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은행 지점에 들러 전자 거래를 신청해야 한다. 인터넷뱅킹 때 사용하던 ID와 비밀번호로 스마트폰 뱅킹에 접속한다. PC의 공인인증서를 스마트폰으로 이동하고 서비스에 동의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증강현실 활용한 서비스 기본
신한은행은 아이폰뿐 아니라 애플의 MP3플레이어인 ‘아이팟 터치’를 통해서도 예금조회나 이체, 펀드 조회, 대출 및 카드·외환 등의 업무가 가능하다.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지원하는 ‘신한 모바일 웹(m.shinhan.com) 서비스’에서는 추천금융상품 및 자산관리 등 재테크와 관련된 정보와 예금·대출 금리, 펀드 수익률, 환율, 금시세 등 금융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7월에는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스마트폰 내장 카메라로 사람이나 건물·그림 등을 비추면 그와 관련된 이미지나 정보를 3D 가상 현실의 형식으로 겹쳐 보여주는 기술)을 활용한 위치기반 서비스를 도입해 지점 위치정보, 가맹점 쿠폰서비스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스마트폰 뱅킹으로 예금과 적금에 신규 가입은 물론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자주 사용하는 계좌 조회와 자금 이체 등을 별도의 메뉴로 분리해 금융 거래 단계와 거래 시간을 단축시켰다. 스마트폰 뱅킹 메인 화면도 격자와 슬라이드 방식 중에서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아이폰용 뱅킹 서비스인 ‘하나N뱅크’를 출시했다. ‘쿠폰 구매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하나은행과 제휴한 여러 업체의 모바일 쿠폰을 즉시 구매해 할인받을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다. 현재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은 스타벅스·뚜레쥬르·던킨도너츠·피자헛 등 12개 업체다. 또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고객들로부터 서비스 개선 사항을 들어 서비스에 즉각 반영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7월 스마트폰으로 개인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KB스타플러스’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가계부·금융캘린더·계좌통합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특히 증강현실을 활용해 국민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부동산 정보를 서비스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어떤 아파트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추면 그 아파트의 시세 및 매물 정보가 화면에 일목요연하게 뜨는 것은 물론 이를 부동산 담보 대출 상담까지 원스톱으로 연계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SC제일은행은 윈도모바일 OS를 기반으로 하는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스마트폰 단말기의 GPS를 이용해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인근의 SC제일은행 영업점 및 현금입출금기(ATM) 위치 및 거리 정보를 제공한다.

한국씨티은행은 해외 송금을 국내은행 간 계좌 이체처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글로벌 계좌이체 서비스’를 스마트폰 뱅킹으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에 유학 간 딸이 1000달러를 보내 달라고 하면 서울 강남대로 한복판을 걷고 있던 엄마가 그 자리에서 1000달러를 송금하고 딸은 뉴욕에서 바로 1000달러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미국·중국·캐나다·호주·인도네시아·싱가포르·괌·필리핀·홍콩 등 9개국으로 송금할 경우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농협의 장점은 조만간 출시할 ‘농축산물 이력조회 서비스’다. 농협만의 특성을 살려 우수관리인증(GAP) 농산물이나 한우에 붙은 바코드를 카메라로 찍으면 이력을 보여주는 기능이다.

외환은행은 최근 SK텔레콤과 협업해 기업 그룹웨어 연계형 뱅킹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모바일 오피스 개념의 결제시스템과 e-메일 송수신 기능 등 기업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특화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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