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손배소·월급 압류… '위기의' 시민단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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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시민단체들이 각종 반대 운동의 대상이 된 단체들로부터 손해 배상 소송을 당하거나 입주한 건물에서 쫓겨날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에따라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감시 기능이 약화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손해배상 소송=전남 여수에서 E마트 입점 반대운동을 이끌어 온 고효주(54.여수YMCA 이사)씨는 최근 여수시로부터 2억5천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당했다. 시는 "E마트 건축허가를 적법하게 처리했는데도 고씨가 '하자가 있다'고 왜곡, 시와 시장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안산의 환경운동단체인 안산그린스카우트 사무국장 박현규(44)씨와 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이창수(42)씨도 최근 안산경찰서에서 두차례 조사를 받았다. 농업기반공사가 시화호 간석지에 영농단지를 조성하려는 계획에 대해 반대운동을 벌여 온 이들은 지난해 11월 영농단지 기공식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 봉급 압류=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운동본부장이자 광주고 체육교사인 김인주(44)씨는 이달부터 월급을 50%만 지급받게 됐다. 무등산 운림온천 개발을 추진 중인 ㈜프라임월드와 ㈜청전이 제기한 5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 법원이 월급 가압류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청전 관계자는 "김씨가 온천 개발 반대운동을 주도하면서 백화점 앞 등에서 시위를 벌임으로써 손해를 봐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 사무실 잃을 위기=부산 경실련은 지난 5년간 입주해 온 빌딩이 부도에 따른 경매로 건물주가 바뀐 뒤 "사무실을 비워달라"는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새로 건물을 구할 돈이 없어 막막한 상태"라고 말했다. 광주경실련도 사무실이 있는 광주시 풍향동 금원빌딩이 지난해 말 경매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사무실을 비워야 할 처지다. 이 단체는 채권 순위에서 밀려 전세금도 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해석.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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