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인증 노려 집요한 로비] 정통부에 '매달렸던' 尹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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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패스21의 생체인식기술을 공인받기 위한 윤태식씨의 대(對)정보통신부 로비는 끈질기고도 폭넓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 서울경제신문 김영렬 사장과 김현규 전 의원이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나 두 사람의 사법처리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수사는 두 사람의 소환을 계기로 尹씨 로비의 핵심으로 향하면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 1999년 尹씨와 金사장.남궁석 정통부 장관이 만난 자리에 배석했던 당시 정통부 간부 신용섭씨를 7일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해 두 사람의 소환이 임박했음을 느끼게 했다.

◇ 정통부 공략=尹씨는 99년 배순훈(裵洵勳)정통부 장관과 접촉해 회사를 방문하도록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그해 12월 김영렬 사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후임 남궁석 장관과의 면담에서도 ▶패스21 방문▶지문인식기술의 휴대폰사업 연결▶패스21 기술홍보 등을 부탁했다.

尹씨는 또 7일 검찰에 소환된 정통부 N국장에 대해서도 끈질기게 로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N씨는 전산관리소장으로 있던 지난해 패스21의 지문인식시스템 두 세트를 무상으로 받아 전산관리소 출입문에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통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尹씨의 로비력에 N국장이 넘어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돌았으나 결국 패스21의 기술은 아직까지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후 지난해 3월에도 尹씨는 국무조정실 등을 통해 정통부 실무부서에 대한 로비를 꾸준히 해와 정통부 내에선 "尹씨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고 정통부 한 간부는 말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尹씨가 N국장 이외에 정통부 다른 관계자들에게도 로비를 벌였는지 조사 중이다. 한편 南宮전장관측은 7일 "김영렬 사장과는 자주 만나는 관계지만 패스21과 관련해 로비를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 보고서 국정원 전달 논란=99년 尹씨가 南宮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南宮장관은 배석한 신씨에게 기술검토 지시를 했고,신씨는 며칠 뒤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패스21의 지문인식기술에 대해 우수성을 판단할 수 없고, 기술력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등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가 다음해인 2000년 7월 국정원에 전달됐음이 최근 밝혀지면서 "국정원이 패스21을 관리해왔다"는 일각의 의혹이 제기된 것.

이에 대해 국정원측은 7일 "尹씨가 전직 고위관료 등과 친분을 과시하고 다닌다는 첩보를 입수, 정통부로부터 尹씨와 패스21에 대한 자료를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장관에게 '패스21을 우수벤처기업으로 선정해 시찰하고, 패스21의 기술평가를 위한 행정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됐고, 다음해 초 南宮장관이 실제로 패스21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신씨는 "(尹씨의)모든 요청을 거부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장관의 업체 방문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 김현규 전 의원 관련 의혹=金전의원도 같은 무렵 南宮장관에게 패스21의 방문을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金전의원이 尹씨에게서 돈을 받고 패스21의 성장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했는지에 대해 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金전의원측은 "보유 중인 패스21 주식 일부를 팔아 회사에 운영자금으로 빌려줬지만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며 尹씨측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 김종호씨의 추가 커넥션 의혹=尹씨의 또 다른 대외 로비창구로 알려진 국정원 출신 김종호씨가 尹씨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검찰은 또 다른 국정원 관계자들과의 추가 커넥션 여부를 캐고 있다.

국정원이 尹씨의 수지 金 살해혐의를 덮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온데다 尹씨가 패스21 설립 직후 기술설명회를 국정원에서 한 사실이 밝혀져 金씨가 국정원 로비창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출국금지 상태인 金씨는 현재까지 해외로 나간 흔적이 없어 국내에서 도피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윤.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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