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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 '3중나선' · '바이오테크,바이오비즈니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어릴적 본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의 한 장면. 아프지 않고 죽지도 않는 기계인간이 되려는 꿈을 안고 아리따운 여인 메텔과 함께 우주여행에 나선 소년 철이. 여러 혹성에서 그가 만난 기계인간들은 과연 행복했던가.

'이제는 유전공학이다, 생명공학이다'하는 얘기가 새해의 화두(話頭)중 하나다. 인간복제도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질병 앞에서, 그리고 죽음 앞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인간들의 외침은 생명체 창조라는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가장 설득력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바이오테크, 바이오비즈니스(From ALCHEMY to IPO)』는 그런 인간들의 노력이 어디까지 와있는지를 매우 실용적인 측면에서 분석한 책이다. 제넨테크.암젠.젠자임 등 바이오업계 선두기업들의 탄생과 성장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또 신약개발 뿐 아니라 음식.의류.산업.우주개발 등 바이오 테크의 무한한 가능성을 읽다보면 '마치 미래로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느낌에 빠지게 된다.

특히 이 책이 강조하는 부분은 바이오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전략이다.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는지, 위험성은 어떻게 분산해야 하는지, 주식의 특징과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매우 세세한 안내가 이어진다.

그래서일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어디까지 성장할지 가늠하기 힘든, 폭발적인 수익 창출 잠재력을 보유한 투자대상'을 빨리 잡지 못하면 마치 엄청난 손해라도 보는 듯한 조급함이 들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3중 나선(Gene,Organismo e Ambiente)』은 그 대척점에 서있다. 초파리 유전적 변이연구의 권위자로, 과학이 정치에 악용된다는 점을 비판하며 최고의 영예라는 미국 과학아카데미 회원직을 사임한 전력이 말해주듯 저자는 인간지놈 프로젝트와 유전자 결정론에 적지 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그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한마디로 유전자만이 생명체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의 생명체가 탄생하는 배후에는 매우 복잡하게 물리적.화학적 관계가 형성된 여러 환경이 맞물려 있으며 그에 대한 조심스런 접근이야말로 연구자에게 가장 필요한 최소한의 자세라고 일갈한다.

생명체는 컴퓨터로 '계산'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저자의 경고는 자연스럽게 존재의 의미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다시 돌아와 이제 '은하철도 999'의 마지막 장면. 소년 철이는 영생불사 기계인간이 되는 길을 선택했을까? 작품 속의 철이는 선택을 결국 거부했다. 그러나 이 변화된 시대의 당신이 철이라면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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