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달라졌나 … 천안함 ‘북한 감싸기’서 미묘한 변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천안함 사건을 바라보는 중국의 태도에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아직 공개적으로 한국 지지를 선언하지는 않고 있지만, 북한 감싸기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양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고위 관리들은 26일 “중국이 곧 조심스러운 중립 입장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북한 비판에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이들은 “이번 주말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한국을 방문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는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CNN도 이날 “중국의 (천안함 관련) 성명이 이번 주말께 원 총리 방한 때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곧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며 “이는 천안함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공조하려는 미국의 외교적 노력의 결과”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김영선 외교부 대변인은 “천안함 사태와 관련, 중국이 대북 비판에 동참할 것이며 원 총리 방한 시 입장 변화를 밝힐 거라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너무 나갔다’는 것이다.

◆중국의 태도 바뀌나=천안함 사건 발생 이후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대전제를 반복하면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태도 표명을 지나칠 정도로 피해왔다. 관련국들을 향해서는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며 냉정과 자제를 수차례 촉구해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천안함 사건 조사 발표(20일) 직후에는 “평가·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미동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중국 측의 태도에 최근 들어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장위(姜瑜) 대변인은 25일 “누구든, 어떤 조치든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어긋나는 행위에 대해 (중국 정부는)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전까지 북한을 두둔하는 듯했던 중국 정부가 북한을 포함해 남북한을 싸잡아 비판한 첫 발언이었다. 이와 관련,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천안함 사건 원인 조사 발표 이후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 조치와 이에 따른 북한의 반발 조치로 한반도의 긴장이 순식간에 급격히 고조됐다”며 “누구보다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 중국이 자국 이익의 침해를 우려해 발언의 수위를 크게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장즈쥔(張志軍)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6일 원자바오 총리의 한국·일본 등 아시아 4개국 순방에 관한 설명회에서 “현재 상황에서 한반도에 동란이 발생할 경우 각 당사국 특히 남·북 양측에 큰 손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반도 상황과 관련, 중국 고위 관료의 입에서 ‘동란’이란 표현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 “중국 설득 가능할 것”=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지만 중국도 결국 우리 정부가 제시한 객관적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설득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과 클린턴 장관의 27일 면담에서도 중국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28일 방한하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다. 원 총리는 29~30일 제주에서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에 앞서 방한해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연다.

워싱턴·베이징=김정욱·장세정 특파원 서울=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