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 -14] 대표팀 캠프는 스페인이 노리던 훈련 명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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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지붕’ 알프스가 월드컵 열기로 들썩거린다.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하는 32개국 가운데 무려 20개국이 알프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산악 지대에 베이스 캠프를 차렸다. 남아공과 시차가 없으면서도 고지훈련이 가능한 점이 매력적이다. 여름 휴가 전이라 한적한 산골 리조트는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여러 팀이 모여 있어 필요한 상대와 평가전을 치르기도 편하다.

허정무팀이 선점한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는 해발 1200m의 고지대다. 이곳은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08)을 앞두고 스페인이 마무리 훈련을 했던 장소다. 유로 2008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은 이곳으로 다시 오고 싶어 했지만 한국에 선수를 빼앗겼다. 한국은 다음 달 4일 인스브루크에서 스페인과 평가전을 치른다. 노이슈티프트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다. 허 감독은 “스페인 같은 강팀이 이곳에서 훈련한 뒤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건 우리에게도 유쾌한 일”이라며 웃었다. 스페인은 해발 970m의 오스트리아 도시 슈룬스에서 훈련하고 있다.

‘전차군단’ 독일은 이탈리아 국경의 알프스산맥 쪽에 위치한 기를란(해발 400m)에 캠프를 차렸다. 독일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앞두고 이곳에서 훈련한 뒤 우승을 차지했던 기분 좋은 추억이 있다.

잉글랜드가 초빙한 ‘우승 청부사’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오스트리아 중부 산지 이르트닝(해발 660m)으로 ‘축구 종가’를 이끌고 왔다. 카펠로는 이르트닝에서 훈련한 뒤 2001년 AS 로마의 이탈리아 리그 우승, 2007년 레알 마드리드의 스페인 리그 정상 등극을 일궈냈다.

한국의 조별리그 상대 그리스는 스위스 동부의 온천 휴양지 바트라가츠(해발 500m)에서 조직력을 가다듬고 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유로 2004의 우승 신화는 이곳에서 밑그림이 만들어졌다.

기를란(이탈리아)=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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