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목되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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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외교는 깨지기 쉬운 도자기를 다루는 예술이다. 적대국은 물론이고, 우방이나 동맹국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천안함 사태는 한국과 중국에 깨지기 쉬운 도자기다. 서로 상대가 있는 만큼 최대한 조심해서 다룰 필요가 있다. 오늘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만난다. 현안은 천안함이다. 서로에게 득이 되는 생산적 결과를 기대한다.

천안함 사태에 대해 여전히 중국은 담장 위에서 어느 쪽으로 뛰어내릴지 고민하는 ‘펜스 시터(fence sitter)’의 모습이다. 이미 중국에 한국은 함부로 깨뜨려버릴 수 있는 호두가 아니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를 넘어 시장을 하나로 통합하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는 단계에 와 있다. 동시에 북한은 중국의 혈맹(血盟)이다. 자칭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다. 함부로 내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민이겠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엉거주춤한 채로 있을 수도 없다.

깨지기 쉬운 도자기를 처리하려면 신중함과 신속함이 필수다. 조심스럽게 다루되 신속하게 놓을 위치를 정해야 한다. 머뭇거리며 시간을 끌수록 깨질 위험이 커진다. 이 점에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의 그제 자 사설은 눈길을 끈다. 천안함 사태와 무관하다면 그걸 증명하든지, 아니면 빨리 시인하라는 대북(對北) 메시지였다. 한국이 제시한 결정적 증거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치면서 북한을 압박한 셈이다. 중국 외교부는 논평할 문제가 아니라고 했지만 천안함 사태의 해법과 관련해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졌다고 본다.

한반도에 전운(戰雲)이 감도는 긴장 상태가 장기화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특히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존재감이 커지는 것도 중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을 것이다. 비상한 시기에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은 천안함 사태의 출구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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