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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공계 과목도 ‘앱’으로 배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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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자체 보유한 국내 최대 수퍼컴퓨터와 해외 컴퓨터를 연결하고, 과학기술 연구 성과물을 올린 ‘사이언스 앱스토어’ 허브를 구축하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교육·연구 융합방안의 일환이다. 내년 시작해 2015년 완성 목표다. ‘사이언스 앱스토어’라는 사이버 공간에 들어오면 이공계 교과목의 내용을 그림 보듯 명료하게 원리를 깨우칠 수 있는 가상 실험용 소프트웨어, 콘텐트, 분석 도구 등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앱스토어 격이다.

어려운 수식 대신 아이콘을 조작하며 유체역학 원리를 쉽게 배우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의 수업 장면. 오른쪽 사진은 초속 200m로 날고 있는 비행기의 날개 주위를 흐르는 공기 흐름(점이 있는 선)과 압력 분포를 아이콘 몇 개를 조작해 알아보는 장면이다. 압력이 붉은 색일수록 높으며 푸른 색일수록 낮은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공]

이 연구원의 조금원 박사는 “사이언스 앱스토어가 완성되면 연간 12만 명의 이공계 학생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공계 수업의 질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연구원에 이런 허브가 구축되면 이곳의 수퍼컴퓨터와 17개국 1000여 대의 컴퓨터가 병렬로 연결된다. 아무리 계산량이 많은 가상 실험이라도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다.

유체역학에 대한 시범 사업은 이미 지난해 시작해 서울대·한국항공대·건국대·충남대·한양대·전북대 등 주요 대학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유체역학 관련 앱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김종암 교수가 10건을 개발해 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수퍼컴퓨터에 올려 놓았다. 이를 김 교수뿐 아니라 한국항공대 기계공학부 김문상 교수,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박수형 교수 등 다른 대학의 교수와 학생 수업에 활용한다. 올 1학기에 이를 수업에 적용하는 곳은 8개 대학, 400여 학생들이다.

공기가 비행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배우는 시간이라고 치자. 바람의 저항, 동체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움직임 등을 알아내려면 어렵기로 소문난 ‘나비어스톡스 방정식’ 같은 온갖 방정식을 동원해야 한다. 이는 컴퓨터 없이 손으로 풀기조차 어렵다.

김 교수의 앱은 이런 방정식 없이도 스마트폰의 아이콘 다루듯 몇 가지만 조작하면 비행기 동체 옆을 흐르는 공기가 부딪치는 강도별로 다른 색으로 표현되며, 그림으로도 나타난다. 복잡한 수식은 컴퓨터가 알아서 처리하고, 학생들은 그 원리를 체득하도록 한 것이다. 그는 “학생들이 아주 어려운 학문에 대한 원리를 쉽게 깨우치고, 재미 있어 한다. 또 그런 학문이 어떻게 현장에 적용되는지 감을 익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계산화학용 앱인 ‘켐웍스(ChemWorks)’를 개발해 하반기부터 시범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이는 각종 기호와 숫자로 표시된 화학반응이나 방정식 등을 눈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사이언스 앱스토어의 앱은 인터넷으로 접속하고, 간단한 사용법만 익혀도 곧바로 교육 현장에서 응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교육과 연구의 융합이 대학 수업에서부터 이루어지는 것이다. 미국 과학재단(NSF)의 나노과학 앱은 연간 사용자 10만 명이 249개 교과목에 활용하고 있다.

박영서 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은 “국가 연구비로 연구 현장에서 개발한 다양한 분야의 소프트웨어가 많다. 이를 교육현장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손질해 사이언스 앱스토어에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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