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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 바란다] 3기 독자위원회 12월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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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앙일보 제3기 독자위원회(위원장 金鼎基 한양대 교수)가 20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려 본지 12월 보도 내용과 편집 방향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金위원장과 신종원(辛鍾元)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김주영(金柱永)변호사, 조은경(曺恩慶)춤지 편집장, 안재홍(安宰弘)프런티어 이노베이션 상무, 이필상(李泌相)전 서울대 대학신문 편집장 등 독자위원들의 지적과 질문이 쏟아졌다.

본지 김영섭 여론매체부장과 김석기 전국부.오동근 편집부.조현욱 문화부.노재현 정치부.박방주 산업부 차장, 강찬호 국제부 기자가 답변했다.

▶김정기=신광옥 법무부 차관의 금품 수수의혹 특종(11일자 1.3면)이 단연 돋보였다. 이는 신문의 환경감시 기능, 특히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한 것이다. 또한 당사자 반론을 싣고 관계자의 말을 직접 인용한 것은 선정적 보도에서 벗어나 고발 기사의 모범적 형태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김주영=신광옥 법무부 차관 보도는 이달에 가장 충격적인 기사였다. '~게이트'로 불리는 권력형 비리 사건 뒤에는 힘없는 피해자가 많다. 야당.언론은 주로 권력 개입 여부에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주가 조작 세력과 그 비호 세력에 당한 가장 큰 피해자가 누군지에 더욱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공적자금 관리위원회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중앙일보의 공적자금 관련 보도 태도는 칭찬할 만하다. 특히 '공적자금 7조원 은닉설'을 비판한 김수길 경제담당 에디터의 4일자 '중앙포럼'이 돋보였다. 하지만 다른 언론의 보도 태도를 더 비판했더라면 좋았겠다.

▶이필상=공적자금 문제에 대해 중앙일보가 현명한 보도 태도를 보였다는 데 동의한다. 11월 말 감사 결과가 발표된 뒤 타언론에 비해 중앙일보는 사실 중심으로 보도했다. 김수길 에디터의 글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반면 상가 임대차보호법안의 경우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등 부정적 측면을 중점 보도했다. 참여연대 등 법안 추진 집단의 주장을 반영하지 않고 지나치게 한쪽 편만 든 것 같다. 난곡 시리즈를 연재했던 중앙일보의 모습과는 달랐다.

▶김정기=각종 법안을 좀더 자세히 소개했으면 좋겠다. 주요 내용은 중간제목도 달고,서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보도했으면 한다.

13일자 1.4면에 대선 출마 예상 후보들에 대한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의 조사 결과를 보도했는데 지지율의 단순 비교에 그쳐 아쉬웠다. 미국의 경우 최근 10년간 시민 저널리즘 등을 표방하며 후보 위주에서 유권자 위주로, 정당 정책안의 발표 보도에서 정책이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 위주로 선거 보도가 변하고 있다. 다음해 대통령 선거와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중앙일보도 새로운 보도 태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조은경=실업 문제를 다른 신문에 비해 적게 다뤄 아쉬웠다. 물론 실업 문제는 해마다 제기돼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무척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단순하게 취업하기 힘들다는 표면적 현상을 보도하기보다는 시간제 근무 선호 등 직업에 대한 개념 자체가 변하는 사회의 흐름을 포착했으면 한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은 중요한 문제인데도 논란에 대한 중앙일보의 입장 없이 사실만 나열한 것 같다. 여론 조사 등을 통해 입장을 정리했으면 한다.

▶신종원=경제.의학 관련 기사가 새로운 상품.기술의 장점 위주로 보도되는 것 같다.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단점을 함께 짚어주는 균형있는 기사도 필요하다. 특히 배아 복제 같은 의학 신기술은 찬반 양론이 팽팽한데 논쟁점을 소개해 독자가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다단계판매법 개정안이 소비자에게 끼칠 수 있는 악영향을 타사와는 다른 관점으로 보도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후속기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필상='사람사람'면에 얼굴 사진이 들어가는 '동정'란이 없어지고 '사랑방'란이 생겼다. 기존의 동정 란은 각종 세미나 등 행사를 소개하는 내용인데도 주최 단체장의 얼굴 사진이 함께 들어가 마치 그 사람을 알리기 위한 기사 같은 느낌이었다. 그에 비해 사랑방란은 사진 없이 꼭 필요한 정보만 단신으로 다뤄 거품을 줄인 것 같아 반갑다.

▶김주영=성철 스님 편이 끝나고 새로 시작된 '남기고 싶은 이야기-격동의 시절 검사 27년'은 부천서 성고문 사건으로 시작해 흥미로웠다. 하지만 최근 얘기가 늘어져 지루하다. 밀도 있게 진행했으면 한다.

▶김정기=월드컵 열기가 지나친 나머지 16강을 중심으로 한 승패 문제 등 선정적 기사가 지나치게 중복되고 있다. 본선에 오른 국가의 축구 인프라와 문화 등을 보다 폭넓게 보도했으면 한다.

▶조은경=베터 라이프 섹션의 '초등생 엄마는 슈퍼우먼'기사를 초등학생 둘을 둔 엄마로서 공감하며 읽었다. 기사에서 다룬 초등학교의 교육 과열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초등학생 교육 문제를 처음 다뤄줘 반가웠다.

▶안재홍=연말을 맞아 중앙일보의 1년을 총평하고 싶다.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절제된 보도 태도, 정현준.진승현.이용호.윤태식 등 소위 4대 게이트에 대한 빠르고 정확한 보도, 서민 생활에 맞춘 경제.산업 기사가 돋보였다. 반면 각 지면 사이의 유기적 연결이 부족했다. 예를 들어 4대 게이트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관련된 문제인데 정치적인 면을 편중 보도한 것 같다. 벤처 기업을 비롯해 중소기업이 불경기 속에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를 기획기사화했더라면 좋았겠다.

▶중앙일보=여러분의 칭찬과 따끔한 지적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특종을 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되도록 많이 소개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지면 제한 때문에 전부 다룰 순 없다. 또한 한 법안이 제의돼 통과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오랜 시간 동안 사회부.경제부 등 해당 부서의 지면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임대차보호법.금융실명제법 등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안은 부서간 협력을 통해 별도로 다루고 있다.

다음해 선거를 보도할 때는 후보 개인보다는 그 후보가 내세우는 정책 위주로 하겠다고 이미 내부 방침을 세웠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 문제는 안보.주권.주민복지 등 여러가지 사안이 뒤섞인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한쪽 측면만 고려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여론조사는 국민감정에만 치우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여론조사 결과대로 신문사의 입장을 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계속 고민하겠다.

정리=구희령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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