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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Leisure] 오늘 밤 난 별 헤는 어린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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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을 담은 마음이 하늘만큼이나 넓어진다. 안면도 스타 팰리스 하늘 위에서 숨가쁘게 일주운동을 하는 겨울 별자리들이 카메라에 담겼다. (ISO100, F 8, 노출 35분)

가로등에 포위된 우리의 시야에서 어느새 별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대도시의 밤하늘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10개도 안 된다는군요.

이젠 사랑하는 이에게 '별처럼 반짝이는 눈'을 가졌다는 말을 건네기도 민망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은하수는 정말 '상상의 강'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잠깐 도심을 벗어나 하늘을 올려다 보세요. 별은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단지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떠나 볼 용기가 필요할 따름입니다.

겨울 문턱에서 week&은 여러분을 밤하늘로 초대합니다. 다행히 겨울은 별 보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라 하네요.

함께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과 동경과 시와 어머니와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헤아려 보지 않으렵니까.

글=최현철 기자<chdck@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 겨울 밤 하늘은 보석 전시장

겨울 하늘로 떠오르는 별은 1500개 정도. 여름철보다 수는 적지만 날씨가 맑고 대기가 안정적이어서 별을 볼 수 있는 날이 더 많다. 더구나 겨울철 별자리에는 베텔기우스(오리온자리)와 시리우스(큰개자리) 등의 1등성과 2등성이 유달리 많다. 겨울 밤하늘은 그야말로 영롱한 보석 전시장인 셈이다.

문제는 추위와 광해(光害). 도심의 온갖 조명은 별빛을 모두 잡아먹는다. 하늘에 뜬 별을 모두 보려면 도심을 벗어나 차로 3시간 이상 달려야 한다. 따뜻한 계절이라면 개울가에 텐트를 치든, 논두렁에 돗자리를 펴든 문제가 안 되겠지만 추위와 싸워야 하는 겨울엔 엄두를 내기 어렵다. 그래서 요즘 들어 숙소를 갖춘 천문대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올 여름 충남 태안군 안면도의 마검포 해수욕장에 지어진 '스타 팰리스'는 아예 펜션에 관측용 돔을 올린 특이한 사설 천문대다. 망원경도 개인용으로는 수준급인 152㎜ 굴절 망원경을 갖추고 있다.

스타 팰리스의 별지기는 서산군 부석고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김종혁(45) 선생님. 핼리혜성의 재등장으로 일었던 천문학 붐을 타고 망원경을 잡기 시작한지 18년 만에 개인 천문대를 갖는 꿈을 이뤘다. 다른 아마추어 천문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혼자만 보고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남들에게 보여주며 아름다운 꿈을 나누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

천문대가 완성된 뒤 이미 부석고교의 세 반이 소풍을 와서 태양 흑점을 보고 갔고, 얼마 전엔 인근 삼성초등학교 6학년 13명을 모두 초청해 함께 은하 탐사를 즐겼다. 펜션에 놀러오는 손님들도 별 보기가 의무사항. 오후 9시30분엔 어김없이 불이 꺼지며 1시간 가까이 별자리 설명이 이어진다. 망원경으로 직접 별을 보고 나서야 주피터.아폴로.안드로메다 등 별 이름이 붙은 방으로 돌아갈 수 있다.

*** 관측하기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지난 23일 김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별의 바다에 빠져 봤다.

“별 보기에도 순서가 있어요. 가장 가까운 달에서 시작해 그 철에 맞는 행성을 거쳐 성단과 성운 등 깊은 우주로 눈길을 옮기는 것이 좋지요.” 관측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해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달을 겨냥한 망원경의 접안렌즈에 한쪽 눈을 붙였다. 보름을 갓 지난 달이 내뿜는 광채에 눈이 부시다. 그래도 유성 폭격을 맞은 분화구 자리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다음은 토성. 이달 들어 초저녁부터 볼 수 있는 행성이다. 저배율 렌즈로는 45도 기운 타원형 빛 덩어리에 검은 점 두 개만 보이더니 배율을 높이자 고리가 분리된다. 황옥 같은 토성의 자태에 탄성이 절로 스며나온다. 태양계 밖으로 나가 페르세우스자리의 이중 선단과 황소자리의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거쳐 우리 은하 바깥의 안드로메다까지 공간 여행이 계속됐다. 하지만 성단과 은하는 다소 실망스럽다. 붉고 푸른 구름을 휘감고 있는 총천연색 그림은 찾기 어렵고, 밝게 반짝이는 한 점이 있을 뿐이다. “카메라를 대고 장시간 노출을 주면 그런 색을 잡아내지만, 눈으로는 볼 수 없지요.” 기색이 달라지자 김선생님의 설명이 바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돔을 나와 별자리를 짚어봤다. 밝은 달빛에 다소 희미해졌지만 오리온·황소·마차부·큰개자리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카시오페이아와 북두칠성도 선명하다. 각 자리마다 서린 전설을 하나씩 되뇌자니 어느덧 밤이 깊었다. 숙소인 오리온 방이 더 없이 따뜻했다.

*** 가볼 만한 천문대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시설을 갖춘 천문대는 국립 보현산 천문대와 소백산 천문대다. 일반인에게는 개방하지 않는다. 대신 시립.사립 천문대가 많이 생겼다. 시설과 프로그램도 수준급인 곳이 많다. 가족 단위로 찾아가 보기에 적합한 천문대를 소개한다.

양평 중미산천문대
중미산과 유명산으로 둘러싸여 수도권치고는 광해가 적다. 주망원경 202㎜ 굴절식. 천체투영실은 없지만 미국에서 도입한 천문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훌륭하다. 숙박은 20명이 넘을 때만 가능. 일반 손님은 매일 오후 9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운영하는 별자리 교육과 관측에 참가할 수 있다. 1만5000원. 031-771-0306.

가평 코스모피아
명지산 중턱에 위치해 경관이 좋다. 가족 캠프 중심으로 운영한다. 주망원경은 400㎜ 카세그레인식(굴절과 반사 혼합식). 오후 7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관측과 설명 프로그램이 촘촘히 이어진다. 1박2일(식사 포함)에 성인 6만원, 학생 5만원. 031-585-0482.

영월 별마로천문대
해발 799.8m의 봉래산 꼭대기에 위치해 5~6등급 별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곳. 주망원경은 800㎜ 반사식. 15개의 보조 망원경도 개방한다. 오후 2~10시 운영하며 월요일과 공휴일 다음날은 휴관. 올해부터 숙박 프로그램을 없앴다.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033-374-7460.

대전 시민천문대
최초로 일반 관람객에게 관측 기회를 제공한 시민천문대의 원조. 주망원경은 굴절망원경인데, 국내에서는 구경이 가장 큰 250㎜급. 보조망원경 13개, 슬라이딩 형식의 보조 관측실도 운영한다. 오후 2~10시 운영(월요일과 공휴일 다음날 휴관)하며 입장료는 없다. 042-863-8763.

*** 여행정보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나와 안면도 쪽으로 20분쯤 가면 안면도와 태안반도 방향으로 나뉘는 원청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안면도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50m 앞에 마검포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작은 도로가 있다. 1㎞ 쯤 가다 삼성초등학교 앞에서 좌회전 하면 3분 거리. 숙박객은 천문대 사용 무료. 객실은 2인실 8만원선(비수기 기준). 400m 앞에 마검포 해수욕장이 있으며 꽃지 해수욕장도 20분 거리. 041-675-3666.

*** TIP

망원경은 크게 굴절식과 반사식으로 나뉜다. 별을 보는 쪽의 대물렌즈 지름으로 성능을 표시한다. 렌즈 크기가 같다면 굴절식이 두 배 가량 비싸다. 따라서 초보자라면 반사망원경이 무난하다. 다만 구경은 처음부터 큰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6~10인치가 적당하다. 쌍안경이라면 대물렌즈 50㎜ 이상, 배율은 7배가 넘어야 한다. 너무 크면 손이 흔들려 관측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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