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비전] '해외파'축구선수 힘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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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월드컵 16강을 위한 국가대표선수의 해외 이적 프로젝트는 성공인가, 아니면 실패작인가.

최용수.황선홍.유상철.안정환.설기현.심재원 등 유럽과 일본에서 활약 중인 10여명의 축구 국가대표급 선수들에 대한 올 1년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월드컵을 불과 6개월 앞둔 시점에 이들의 기량 향상과 좋은 컨디션 유지 여부는 곧 국가대표팀의 경기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올 시즌 해외파에 대한 평가는 한마디로 '최용수는 날았고 설기현은 우울, 안정환은 바닥을 긴 한 해'로 정리할 수 있다.올해 해외에서 뛴 대표적인 선수는 설기현(벨기에 안더레흐트).안정환(이탈리아 페루자) 등 유럽파와 J리그의 홍명보.황선홍.유상철(이상 가시와 레이솔).윤정환(세레소 오사카).최용수(이치하라), J2 교토 퍼블상가의 안효현.박지성이다.

이 가운데 최용수는 올 시즌 J리그와 나비스코컵.FA컵 격인 일왕배 대회에서 모두 33경기에 출전해 무려 27골을 넣었다. 특히 J리그 28경기에서 21골을 터뜨리며 득점 2위에 오를 정도로 발끝이 매서워졌다.

가시와 3총사 중 황선홍은 올해 25경기 중 10골, 유상철은 25경기에서 9골을 기록하며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했다. 홍명보는 J리그 사상 첫 외국인 주장까지 맡아 팀에서 절대적 역할을 기대했으나 지난 8월 부상 이후 장기 결장을 했고, 급기야 최근 3년간의 일본생활을 정리하고 친정팀 포항으로 컴백했다. 자연히 대표팀에서도 제외되는 아픔으로 이어졌다.

한국인 최초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출전했던 설기현은 이적 후 슈퍼컵에서 세골이나 몰아치며 기대를 부풀렸으나 최근 팀내 주전자리를 빼앗기고 뛰는 시간보다 벤치에 있는 시간이 많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안정환은 세리에A 16경기에서 여덟차례 출전했으나 단 한개의 공격 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하고 겉돌았다. 안정환은 오는 1월 이후 페루자와의 재계약 여부도 불투명해졌고 때에 따라서는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할 것 같다. 2년 전 축구협회 주도로 만들어진 '월드컵 16강 프로젝트'에 따라 축구협회의 적극적 중재로 많은 선수가 해외로 나갔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유럽에 간 이동국은 상처만 잔뜩 입고 낙마했고, 설기현마저 휘청거리고 있어 축구팬들의 마음이 무겁다. 여기에 극도의 부진에 빠져 있는 안정환으로 인해 혹 한국 축구선수들의 한계로 작용돼 세계화를 부르짖는 한국 축구에 검은 구름을 드리우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많은 선수가 유럽이 아닌 일본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월드컵 16강이 영원한 꿈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으로 가슴을 짓누른다. 월드컵 전까지 해외진출 선수들이 각 팀에서 주전으로 살아남고 톱 컨디션을 유지, 대표팀 전력에 보탬을 주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중앙일보 축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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