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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프라이빗 뱅킹 시장 후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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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 서초동 한빛은행 서초지점 2층.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42인치 벽걸이TV와 고급 집기로 장식돼 마치 고급 호텔방 같다. 힐튼호텔의 예절교육과 컨설팅 업체의 고객전문가(SP)과정까지 마친 직원 4명은 이 은행의 내로라 하는 금융상담 전문가다.

한빛은행이 지난 12일 문을 연 프라이빗 뱅킹(PB)센터 1호 '프레스티지 로열 클럽'의 모습이다.

PB사업은 은행예금 1억원 이상, 예금.주식 등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자산기준 상위 1% 이내 고객을 대상으로 재테크.세무상담 등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해주는 것. 현재 국내에서 PB사업의 대상은 30만~40만명으로 추산된다.

외형 기준 국내 1,2위 은행인 국민,한빛은행이 최근 이 사업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PB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나은행과 씨티.HSBC 등 PB사업의 기존 강자들은 두 은행, 특히 국민은행의 행보를 주시하며 긴장하고 있다.

◇ PB시장에 뛰어드는 합병은행=국민은행은 지난달 초 PB사업본부를 만든 뒤 은행 안팎에서 전문가를 뽑고 있다. '국민은행'이란 상표 대신 PB용 브랜드를 새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은 예금 1억원 이상 고객 11만5천여명(예금액 27조원, 옛 국민 6만2천여명, 옛 주택은행 5만3천여명)을 확보하고 있어 PB사업에 진출할 기반은 충분히 갖춘 상태다. 외형에선 하나은행 4만3천여명(예금액 15조5천억원), 신한 3만9천여명(11조원),한빛 3만여명(8조원)보다 앞선다.

한빛은행은 서초지점에 PB센터 1호를 연 데 이어 내년에 서울 대치역.분당 중앙지점 등을 시작으로 20여개 PB센터를 열 계획이다.

조흥은행도 PB사업 본격화를 위해 지난달부터 보스턴컨설팅에서 조언을 받고 있으며 제일.외환 등 다른 은행도 PB사업을 준비 중이다. 서울 지역 8개 등 전국에 15개 PB 전문점을 두고 있는 하나은행은 앞서 시작한 독특한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최근 UBS워버그 출신 전문가를 홍콩에서 영입했고 다소 위험한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 부자들을 위해 고객자산관리본부를 만들 계획이다.

◇ 돈 벌어주는 부자 고객=소액 예금에 대해 수수료까지 받겠다고 나서는 은행들이 고액 자산가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수익성 때문이다.

하나은행 김희철 PB지원팀장은 "PB고객은 신용카드 거래액이나 통장에 깔아놓는 저금리 예금액이 월등하게 많고, 1인당 수익 기여도도 높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PB부문이 전체 개인거래 부문 이익의 30~40%를 차지한다.

금융계는 10억원 이상 금융자산가가 5만2천명, 이들의 금융자산이 1백6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 2005년께 이들의 금융자산이 2백5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당장 은행만 놓고 봐도 1억원 이상 예금주(PB고객)가 33만여명, 계좌당 1억원 이상인 예금이 91조원이다.

한빛은행 홍석표 고객개발팀장은 "PB고객의 절반은 서울 강남 지역에 몰려 산다"며 "50~60대의 자영사업자.변호사.세무사.의사 등이 많고, 최근에는 벤처기업인.연예인.운동선수 등 젊은 부자들이 PB손님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뿐 아니라 증권.투신.상호신용금고 등 각 금융권이 모두 PB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하드웨어만 갖춘다고 PB사업에 성공할 수 없으며 소프트웨어와 고급인력의 확보 여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PB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많은 품이 들고 성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최고경영자(CEO)가 포기하기 쉬운 게 PB사업이라는 것이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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