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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상품 되려면 '혁신'뿐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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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80/20법칙.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나 기업경영의 현실을 설명할 때 흔히 거론되는 표현이다. 쉽게 말해 20%의 구성원이 80%의 성과를 만들어낸다는 뜻으로, 20%의 근로자가 80%의 일을 하고, 20%의 소비자가 80%의 매출액을 올린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 법칙이 세계시장의 경쟁 환경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현재 세계 무역거래의 대부분(80)을 최고제품을 생산하는 일부 기업(20)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그동안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획기적인 성장을 이뤄왔다. 그러나 수출상품의 구조를 들여다 보면 전체 수출규모의 대부분이 소수 품목에 편중돼 있고, 세계 일등상품 수도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경쟁시대에는 '얼마나 많은 일류상품을 생산할 능력이 있느냐'가 그 나라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 우리 정부도 소수 품목에 편중된 수출상품 구조를 개선하고 고부가가치 상품개발을 통한 수출 확대 기반을 다지기 위해 2001년부터 '일류상품 발굴.육성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400여개의 일류상품이 선정됐고, 앞으로도 일류상품을 지속 발굴.육성해 다각적인 경쟁력 제고 대책과 지원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과는 기술.품질 경쟁을, 중국 등 개도국과는 치열한 가격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근 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세계 일류상품 수가 최근 10년 동안 줄곧 감소했지만 중국은 급속도로 증가해 일류상품 수에서 10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이 보고서는 세계 일류상품 확대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하고 이의 해법으로 국내 D램 반도체와 TFT-LCD 성공사례의 벤치마킹을 권유하고 있다. D램 반도체의 성공요인으로 최고경영자의 과감한 도전정신과 전폭적인 투자, 국내 여건에 맞는 메모리 제품 선택 등을 꼽았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선진기술을 성공적으로 도입, 소화하고 고급인력을 조기에 확보함으로써 일본과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부상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TFT-LCD도 대규모 적자를 감수한 과감한 투자와 미개척 분야에 대한 도전으로 제품을 차별화한 노력 등이 대만과 일본을 추월하고 1위를 고수하게 된 비결임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대기업의 선진기술력에 의한 고부가가치 제품뿐 아니라 중소기업 제품에서도 세계 일류상품을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 '코리아는 몰라도 초코파이는 안다'는 말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제과 제품이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동유럽.동남아 등지에서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사실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이다.

세계 경제와 산업이 고도화되고 시장의 요구와 소비자 욕구가 다양화.개성화하면서 상품의 경쟁력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세계에서 주목받는 일류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창의'와 '혁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대기업은 첨단 가전기기.자동차.정보통신기기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품질.고부가가치 제품에 보다 역량을 집중해 우리의 강점을 더욱 살린 대표 브랜드를 육성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한편 중소기업은 나만이 갖고 있는 기술력과 핵심 역량을 더욱 창의적으로 발전시켜 혁신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시장 판로 개척과 유통구조 개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보다 과학적 분석과 체계적 접근을 통해 세계시장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서비스 네트워크의 확대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일본에 비해 글로벌 AS망이 취약하다. 글로벌 서비스 네트워크 확대 구축은 수출 증대를 위한 필수 선결과제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