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관련 자제하라” … 중국, 북한에도 요청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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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남북한의 긴장이 고조되는 데 대해 강한 불만과 함께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 장위(姜瑜) 대변인은 25일 정례 외신 브리핑에서 “지금 상황에서 누구든, 어떤 조치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위배되는 행위에 중국은 결연히(堅決)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장 대변인은 이날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해 중국이 명확한 입장과 태도를 밝히지 않는 바람에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누구든지, 어떤 조치든 해당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지를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답변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논평은 천안함 사건 이후 중국 정부가 “냉정을 유지하고 자제해야 한다”고 밝혀온 입장보다 강한 표현이다. 특히 ‘결연히’란 표현은 중국 정부가 강한 불만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단어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누구든’ ‘어떤 조치든’이라는 표현에 대해 “남북한을 포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소식통은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대북 제재 내용과, 이에 앞서 천안함 사건 조사 발표가 있던 20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투태세 준비 지시를 함께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 대변인은 “우리는 대결보다 대화가, 긴장보다 화해가 좋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며 “당사국들이 냉정하고 절제된 태도로 관련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한반도 긴장 악화를 막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사건의 시비곡직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국제 문제를 처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발표한 천안함 사건 원인조사 결과에 대한 중국 정부의 평가·분석 작업에서 어떤 결론이 나왔느냐는 질문에 장 대변인은 “아직까지 설명할 내용이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한편 “(방한 중인) 우다웨이 (武大偉) 중국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가 25일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면담하면서 ‘북한에 대해 자제를 요청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우 대표는 이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만나 “천안함 조사 결과를 진지하게 검토했다”며 “이 문제를 각 레벨에서 긴밀한 협의를 통해 서로 협력해 잘 풀어나가자”고 말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정부 소식통은 “중국은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이전엔 ‘북한 소행이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엔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며 “표면적으로는 바뀐 것이 없으나 태도는 달라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6자회담 일본 측 수석대표인 사이키 아키타카(齋木昭隆)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25일 밤 방한해 26일 위성락 본부장과 조찬 회동을 하고 한·미·일 공조를 협의한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서울=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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