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31개 그룹· 기업 중 적자 8곳 불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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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여파로 올 한 해 동안 국내 대기업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쳤지만, 실제로는 장사를 잘 한 기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의 몸집이 가벼워졌고 카드.정보통신.유통.자동차 업종들의 영업이 꽤 좋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가격이 폭락한 반도체와 미국 테러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 그리고 철강.정유.화섬업체 들의 경영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본지가 19~22일 30대 그룹 및 업종별 대표 기업들의 올해 세전이익 추정치를 조사한 결과 응답한 31개 그룹 및 기업 중 64.5%인 20개가 지난해에 비해 이익규모가 늘었거나 흑자로 전환됐거나 적자폭이 줄어드는 등 경영상황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적자가 난 그룹이나 기업은 여덟곳에 불과했다.

◇ 업종별 명암이 뚜렷했다=삼성카드와 LG카드가 삼성.LG그룹의 이익증가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업계의 이익 증가도 눈에 띄었다. 올해 SK그룹이 올린 이익의 대부분은 정보통신 관련 계열사들이 냈다.

LG텔레콤은 지난해 3천7백60억원의 적자를 냈으나 올해는 2천1백억원 이상의 흑자가 예상된다.

삼성그룹은 반도체 불황에도 불구하고 휴대폰.디지털미디어.브라운관 등의 수출호조와 카드.생명.증권 등 금융업종의 호조에 힘입어 6조원대의 이익을 낼 전망이다.

LG그룹은 카드.화학.건설.텔레콤.전선.홈쇼핑 등 상당수 계열사들이 장사를 잘 했다.

미 테러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는 올해 내내 부진했다.

정유업체도 올해 장사가 시원치 않았고, 포항제철은 국제 철강가격의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대폭 줄었다.

◇ 안정적인 금융자산으로 챙겨둔다=경기가 불투명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이나 이익금으로 금리가 높은 차입금을 낮은 금리로 바꾸거나, 역마진(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낮아 기업이 보는 손해)을 감수하면서도 은행 등 금융권에 자금을 넣어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성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은 한국전력 어음 등 신용도가 높은 어음을 할인하지 않고 만기 때까지 보관할만큼 자금여력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사 진출을 추진 중인 한화는 언제 자금이 필요할 지 몰라 역마진으로 손해를 보면서도 은행권에 예금형태로 맡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도 국채나 채권형 수익증권 등 안정적인 금융자산 형태로 자금을 운용하면서, 환율변동에 대비해 외화자산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연말연시 여유자금의 절반가량을 달러.엔.유로화 등 외화자산으로 보유할 계획이다.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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