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이야기] 후계자 모집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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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 오리건주에서 30여년간 어린이용 선물을 가난한 부모들에게 제공해온 짐 앨럿(68)이라는 노인이 자신의 일을 물려받을 사람을 공개모집하고 나섰다.

앨럿은 매년 6백여명분의 선물을 준비해 나눠줘 왔는데 최근 심각한 폐질환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자 대물림할 사람을 구하게 된 것이다. 그는 그동안 자선활동을 숨겨왔지만 그의 후원자들이 이젠 그 일을 알려 후임자를 물색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바람에 30여년에 걸친 활동을 공개했다.

그는 자신의 선행을 철저히 숨기고 구세군을 통해 부모들에게 선물을 전달, 부모들이 그 선물을 포장해 자신들이 준비한 것처럼 자녀들에게 나눠주도록 해왔다. 선물을 받는 어린이가 가난 때문에 남의 도움을 받는다고 부끄러워할까 봐 염려해서다.

앨럿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 무시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남에게 선물을 받기를 꺼렸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취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들은 부모에게 선물을 받을 때 부모를 가장 자랑스러워한다"며 "이런 방식을 사용하면 단순히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하는 것을 넘어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이 더욱 깊어진다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내와 함께 매년 1만5천~2만달러를 스스로 부담하고 3만달러 정도를 모금해 선물을 마련해왔다. 그는 최근 마지막 선물 배달을 구세군에 의뢰했는데 후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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