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신년 기획 '화류 속의 한류' 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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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와호장룡(臥虎藏龍)'. 지난 세기 중국은 잔뜩 웅크린 호랑이이자 눈에 띄지 않게 몸을 숨긴 용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21세기를 맞아 중국이 그 큰 덩치를 드러내고 기지개를 활짝 펴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세계무역기구 (WTO)에 가입한 이후 바야흐로 화류(華流)가 지구촌에 퍼질 조짐이다. 한국은 주변국가로서 중국의 급부상이 위협적이긴 하지만 거꾸로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랫동안 닫혀있었던 중국의 문을 두드리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자주 목격된다. 신흥 대국 중국에 뿌리내리는 데 참조할 만한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SBS가 신년 기획으로 마련한 '2002년 차이나 24시-화류 속의 한류'(내년 1월 1일 오전 8시30분)는 현지화에 성공한 한국인과 기업의 사례를 보여준다.

한국식당 서라벌의 백금식 사장.그는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중국인들을 휘어 잡기 위해 ㎏당 13원하는 쇠고기를 2백㎞ 떨어진 농장에서 1백10원에 구입한다. 다른 한국식당과 달리 한족을 종업원으로 채용한 것도 중국인 고객을 확보하는 데 유리했다.

청두의 두부장수 김병상씨는 한국식 즉석 두부를 하루 2천명분이나 판매한다. 신발공장을 경영하다 외환위기 여파로 부도를 맞아 대륙으로 건너간 그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오직 부지런함으로 느릿느릿한 현지 상인들보다 앞설 수 있었다.

전자부품 회사인 남애전자 정인화 회장은 고교진학을 못한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고 현지 학교에 피아노와 기자재를 기증해 중국인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는 경우다.

B-TV, CC-TV에서 하루 3회씩 출연해 에어로빅을 가르치는 조수미(사진(中))씨는 점잖은 중국인들을 흔들어 에어로빅 붐을 이끌고 있다. 또 지난 해와 올해 중국 굴착기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대우연대유한공사는 직원 7백명을 대부분 한족으로 채우고 소학교 두 곳을 짓고 장학금 지원 사업도 벌여 정착에 성공했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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