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가정폭력 피해자" 남편 살해 주부 구명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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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안양지역 시민단체들이 최근 술에 취한 채 폭행한 후 흉기를 들고 자신을 위협한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崔모(51 ·주부 ·안양시 관양동)씨에 대한 구명운동에 나섰다.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정당방위라는 것이다.

여성의 전화를 비롯,YWCA ·전진상복지관 등 안양지역 시민 ·사회단체는 19일 ‘가정폭력 피해자 崔씨 구명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경찰서 ·검찰 ·법원 등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한편 법률적 지원과 서명운동 등 본격적인 구명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崔씨는 알콜중독과 의처증 증세를 보이는 남편으로부터 10여년간 상습 폭행을 당한 가정폭력 피해자”라며 그 근거로 사건발생 직전에 전치 2주의 상해를 당한 사실 등을 제시했다.

이들은 또 “崔씨가 사건발생 직후 관할 파출소에 자수한 점,흉기로 자신을 위협한 급박한 상황에서 자위적인 정당방위를 한 점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단체들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률적 지원을 모색하는 동시에 수원 ·성남 ·안산 등 경기도 내 50여개 여성 ·시민단체 회원 3천여명과 연대,공동대응키로 했다.

안양여성의 전화 대표 박명숙(朴明淑 ·42)씨는 “崔씨가 모든 혐의사실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는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 자유롭게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선처해 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현재 안양경찰서에 유치돼 있는 崔씨는 지난 14일 오후 9시쯤 자신의 아파트에서 술에 취한 남편 金모(51 ·무직)씨가 ‘바람을 피웠다’며 욕설을 퍼붓고 흉기를 들고 접근하자 엉겹결에 흉기를 빼앗아 金씨 가슴을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崔씨 부부는 지난 3월 이혼했으나 두달 뒤 재 결합해 아들(26) ·딸(26)과 함께 살아왔다.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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