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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경제 중심’이나 ‘정치 변방’인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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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북한은 가장 큰 책임자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잃을 게 많지 않은 나라로 꼽힌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이미지는 나빠질 대로 나빠져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북 지원이 끊기고 국제사회의 비난이 잇따르겠지만 거기까지다.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가 두 차례 핵실험 이후 제재에 길들여진 북한에 얼마나 더 타격을 줄지는 미지수다.

한국 정부는 손실과 이득이 엇비슷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기습 도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국토 방위에 구멍이 난 것은 큰 손실이다. 비교적 차분한 대응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집요하게 원인을 규명해 낸 것은 성과다. 국민의 단합과 안보의식을 강화할 기회로 삼는다면 이득이 클 수도 있다. 미국은 쏠쏠한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한·미 동맹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2008년 쇠고기 파동을 연상한다면 미국의 실지(失地) 회복세가 뚜렷하다. 일본과 러시아는 일단 논외로 치자.

최대 손해를 본 나라로는 중국이 꼽힌다. “완충지대 북한을 지켜 냈다”고 중국의 이면 장부는 기록하겠지만, 적어도 국제사회의 눈에는 소탐대실(小貪大失)로 비친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수차례 ‘천안함과 무관하다’고 거짓말을 해 왔다”며 “범인의 변명을 믿다 막판에 결정적인 증거물이 나오면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됐다”고 비유했다. 뒤늦게 “북한에 속았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 스스로 언행 불일치도 드러냈다. 중국 정부 대변인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가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역내 평화와 안보를 파괴한 도발자를 감싸는 것처럼 비쳤다. 심지어 중국이 요구한 과학적·객관적 조사로 천안함의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난 뒤에도 “조사 결과를 평가·분석 중”이라고 딴소리를 했다. 진실 앞에서 머뭇거리는 태도는 군색하고 초라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제사회가 북한을 비난하는 와중에 중국은 주류에 끼지 못하고 구석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외면한 대가다. 단순히 한국 편을 들지 않은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중국은 개혁·개방 30년을 통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경제 분야에서 중국은 ‘세상의 중심(中國)’ 위상을 회복해 가고 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은 중국이 국제정치 분야에서 중심에 진입하지 못하고 주변부에서 맴도는 변방(邊方)의 모습을 확인시켜 줬다. 진실의 편에 설 기회는 아직 있다. 미·중 전략경제대화 무대가 될 수도 있고, 28일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이 끝내 루저(loser)가 되지 않길 바란다.

장세정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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