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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정위기, 실물경제에도 직격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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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유럽 재정위기가 현지 기업의 자금줄을 옥죄기 시작했다. 재정문제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24일 시장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유럽의 회사채 발행은 최근 한 달여 만에 96% 줄었다. 4월 셋째 주 299억 달러였던 회사채 발행 규모가 5월 셋째 주 11억 달러로 감소한 것이다. 주간 발행액으로는 올 들어 가장 적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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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만큼 큰 폭은 아니지만 세계 회사채 발행 시장도 함께 위축되고 있다. 같은 기간 세계 회사채 발행액은 561억 달러에서 168억 달러로 70% 감소했다. 기업이 채권 발행을 못한다는 것은 필요한 자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시몬 발라드 RBC 캐피털마켓 연구원은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주요 채권시장은 지금 마비 상태”라며 “독일이 주식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지난주엔 신규 발행이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유럽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3개월물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는 연 0.5% 턱밑까지 오른 상태다.

기업 실적에도 적신호가 들어왔다. 주로 미국을 근거지로 한 다국적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가 올랐기 때문이다. 맥도날드의 경우 1분기 해외 매출의 70%가 달러 대비 가치가 하락한 유로·파운드·호주달러·캐나다달러로 이뤄졌다. 맥도날드는 “4개 통화가 달러 대비 10% 하락하면 주당 순이익에 5%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달러 강세를 염두에 두고 위험 회피(환헤지)를 한 업체들도 속수무책이다. 달러가치가 예상보다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는 헤지를 하고도 지난해 영업이익의 11%가 환율 때문에 사라졌다.


한국 기업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 불안이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를 늘리면서 원화 값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천안함 사태까지 겹치면서 24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값은 전 거래일(20일)보다 20.40원 떨어진 121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값이 1210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16일(1211.30원) 이후 처음이다. 원화가치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19일부터 사흘간 67.90원이나 급락했다.

다만 이날 코스피지수가 5거래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고, 중국 증시가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인 게 위안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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