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비방디, 유니버셜 미국 본토 '침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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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프랑스의 비방디 유니버설이 당찬 기세로 북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비방디는 지난해 세계적인 영화사인 유니버설스튜디오를 소유한 캐나다의 시그램사를 3백40억달러에 사들이면서 세계 2위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부상했으나 미국내 사업망은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연이어 기업 인수.합병(M&A)계획을 내놓고 있다. 비방디는 17일 미국 케이블 TV인 USA네트웍스를 1백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USA 네트웍스는 미국내 8천5백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대형 케이블 방송국이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에는 미국 2위의 위성 TV업체인 에코스타의 지분 10%를 15억달러에 인수함으로써 위성 채널 5개를 확보했다. 올 봄에는 음악공유 사이트인 MP3닷컴을 3억7천만달러에 인수했다.

지금은 루퍼트 머독이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 TV인 스팀의 지분(4억8천만달러 상당)을 사들이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공격경영의 선봉에는 최고경영자(CEO)장 마리 메시에(44.사진)가 서 있다. 은행원 출신으로 39세에 1백50년 역사를 가진 프랑스 하수처리업체 제너럴 데조의 사장을 맡아 5년 만에 미디어 제국으로 바꿔놓았다.

현재 비방디 그룹은 지난해 인수한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자사의 유럽 최대 유료 TV인 카날 플뤼를 합쳐 설립한 비방디 유니버설이 하수 처리업을 제치고 그룹의 주력 회사로 자리잡았다.

이런 회사의 변신 탓에 메시에는 올해 타임과 CNN이 선정한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CEO 가운데 12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그의 기업 인수방식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너무 성급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가 미디어와 영화부문에서 경험이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그러나 메시에는 이번 인수로 앞으로 타임워너.월트 디즈니.바이어컴 등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됐다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인수발표 후 비방디 주가는 6.8%나 올라 투자자들은 일단 그에게 신뢰를 보내는 분위기다.

비방디는 이번에 인수한 USA 네트웍스를 유니버설의 테마파크 및 영화 스튜디오와 합쳐 '비방디 유니버설 엔터테인먼트'를 만들 계획이며, 신임 CEO에 현 USA네트웍스 회장인 배리 밀러를 내정했다.

아울러 이번에 인수한 채널들을 통해 유니버설이 제작한 인기 영화 '쥬라기공원 3'과 '미이라 2' 등을 방영할 예정이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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