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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대북 경수로 폐기 공식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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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 국무부가 대북 경수로 사업은 폐기(terminate)해야 한다고 지난달 29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무부 관계자는 경수로 사업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자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이사국인 미국과 한국.일본.EU는 지난 25일 대북 경수로 사업 중단을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며 "(그러나)미국은 경수로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는 입장을 반복해 분명히 했다"고 답변했다.

미 국무부가 사전 준비한 언론 지침을 통해 경수로 폐기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한국 정부와 밀접한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은 1년 안에 북핵 협상이 획기적 진전을 보이지 않는 한 경수로 사업 중단을 연장해 달라는 한국의 요구를 더 이상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대내외에 명문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년째 중단 중인 경수로 사업은 내년 말로 완전 폐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뉴스 분석]

네오콘 등 미 정부 내 강경파들은 그동안 경수로 사업의 완전 폐기를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경수로 사업 비용의 70%를 부담하는 한국과 20%를 부담하는 일본은"폐기 대신 일시 중단(suspension)으로 경수로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미 국무부는 이를 받아들여 강경파들을 설득해 지난해와 올해 두차례 중단 안(案)에 합의했다. 그런 국무부가 29일 "경수로의 미래는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북핵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경수로 문제에서 미국 내 온건파의 재량이 바닥났음을 시사한다.

워싱턴 소식통은 "한국은 경수로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한다는 명분으로 중단을 관철시켰다"며 "그러나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하는 가운데 핵 동결을 전제로 제공되는 경수로 사업을 계속하는 건 모순이라는 미국의 논리에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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