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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부정 전국 수사 확대] 상위권 학생까지 커닝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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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휴대전화 커닝이 전국에서 저질러진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이번에 추가로 적발된 부정행위는 정답률이 높고 특목고 등 성적 우수자들도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부정행위를 통한 고득점 가능성이 커져 수능에 대한 신뢰도 문제로 비화할 조짐이다.

◆ 우수 학생들 가담=성적 우수자들이 다니는 특목고의 수험생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답안을 전달받았다는 점은 수능시험 고득점자들 사이에서도 커닝이 벌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커닝이 학생들의 성적과 무관하게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성적 우수자의 부정행위는 정상적으로 시험을 치른 중.상위권 수험생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광주 동부경찰서에서 적발된 부정행위는 정답률이 대체로 낮았었다.

또 경찰이 숫자메시지 확인을 통해 밝혀낸 21개 조직의 82명 중 일부는 '선수→중계조→수험생' 방식의 조직적인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 지역의 경우 8개조 39명 중 많게는 12명이 한 조(組)를 꾸몄다. 현재까지 이들 부정행위 조직의 규모가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12명이 수능시험 시간대에 수시로 '숫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면 사전에 치밀하게 공모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수사로 드러난 82명이 주고받은 메시지가 550여개였다면 1인당 평균 10개의 메시지를 송.수신한 셈이어서 수능시험 감독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보여준다.

◆ 금전 거래 가능성=서울과 충남지역에서는 2~3명으로 짜인 소규모 조직들이 적발됐다. 서울은 3명으로 구성된 2개조와 2명으로 구성된 2개조 등 모두 10명, 충남은 2명으로 구성된 2개조 4명이다. 서울에서 적발된 수험생 중 상당수는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고 혐의사실을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브로커 등이 개입된 보다 큰 조직의 구성원인지, 아니면 독자적으로 은밀하게 모의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소규모 조직의 경우 한명의 수험생에게 정답을 보내주는 '밀어주기'의 성격을 띠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품을 대가로 한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본지 취재진이 새로 밝혀진 광주지역의 부정행위에 이용된 휴대전화 번호들을 입수, 통화한 결과 상당수가 광주지역 고3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들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전화를 끊거나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휴대전화를 집에다 두고 시험장에 갔다"고 주장했다.

◆ 급물살 타는 수사=경찰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대해서도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으로써 수사의 폭이 확대되고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경찰은 '언어' '사탐' '가형' 등 엄격히 한정된 단어가 포함된 문자메시지 송.수신 내역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조사할 방침이다. 김재규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지난달 26일 KTF 측에 숫자로만 된 메시지 외에 문자로 된 한정어가 들어간 메시지도 기록보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SK텔레콤에서 임시보관하는 휴대전화 메시지는 문자가 포함될 경우 숫자를 담아낼 용량이 못돼 수사대상이 아니지만 KTF나 LG텔레콤에서는 이 같은 혼합형 메시지도 임시보관이 가능하다.

한편 경찰은 서울시 일선 교육청에 개별적으로 응시원서를 제출한 재수생 이상 6832명의 원서 원본을 받아 각 구청에 있는 수험생의 주민등록 사진과 정밀 대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승현.박성우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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