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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애니' 제작비밀 공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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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클레이 애니메이션은 한 줌의 찰흙이 빚어내는 마술이다. 미련스러울 정도로 철저하게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오밀조밀한 인형들이 찡그리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앙증맞은 광경은 '마술'이라는 수식어 외엔 달리 붙일 말이 없다.

'월레스와 그로밋'의 개 그로밋은 눈썹의 움직임만으로도 거뜬히 '플라톤을 읽는 개'라는 지적인 이미지를 표현해 낸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명가로 자.타가 공인하는 영국의 아드만 스튜디오의 모든 것이 국내에 소개된다.

21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리는 '제2회 영국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아드만 특별전'이다.

지난해에 이어주한 영국문화원과 서울애니메이션 센터가 공동주최하는 이 행사에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작품 30여편 말고도 두둑한 보너스가 기다리고 있다.

인형과 배경 세트.스토리 보드 등을 전시하는 '아드만 특별전'(12월 30일까지)이 그것이다. 스튜디오 견학을 하는 것처럼 '치킨 런'의 치킨파이 기계와 비행기.헛간 등 영화를 위해 제작했던 실물을 통해 제작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아드만 특별전'은 지난 5월 열렸던 세계적 권위의 프랑스 안시 페스티벌에서 소개했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관람료는 무료며 선착순 입장이다. 상영작 중 절반 가량을 비디오 테이프가 아닌 16㎜나 32㎜ 필름을 직접 튼다는 것도 이 행사를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다. (http://www.ani.seoul.kr)

상영작 중에는 '월레스와 그로밋'같은 구작도 있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의 단편들이 많다. '월레스와 그로밋'을 빼고는 길어봤자 12분('핸드백 없이는 안돼')이고 대다수가 1~5분짜리이므로 초등학생을 동반하기에 큰 부담이 없을 듯싶다.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을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동물원 인터뷰'(89년),컴퓨터 그래픽 기법을 첨가한 '데드라인'(2001년), 영화의 등장으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된 마술사의 복수극을 그린 '무대공포증'(97년), 영국의 오래된 어린이 프로그램을 풍자한 '피브와 포브'(99년)등이 볼 만한 작품으로 꼽힌다. 아드만 스튜디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모프''앵그리 키드'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다.

기선민 기자

*** 아드만 스튜디오는

1972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출발한 아드만 스튜디오는 유럽에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대중화한 일등 공신이다.

특히 76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모프'시리즈는 BBC의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서 방송되면서 그들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아카데미상 후보에 일곱번 올랐으며 단편 '전자바지 소동' '양털도둑'과 '동물원 인터뷰'로 아카데미상을 무려 세번이나 거머쥐었다.

세계적인 제작 ·배급사 드림웍스와 다섯 편의 장편을 제작하기로 계약을 맺은 뒤 '치킨 런'을 선보였으며 현재 '거북이와 토끼'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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