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만 콕~” 넷폰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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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얼리어답터(신종 기기나 서비스를 남보다 먼저 이용해보는 사람)인 대학생 양영록(28·충남대 4년)씨는 애플 아이폰 사용자였다. 그가 최근 번호이동서비스로 단말기를 LG전자의 일반 휴대전화기인 ‘맥스폰’으로 바꿨다. 스마트폰보다 웹서핑이 빠르고, 인터넷·영상통화 등 실제로 많이 쓰는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데이터 사용료가 절반밖에 안 돼서다.

일반 휴대전화기에 와이파이(근거리 무선랜) 기능을 장착, 카페·학교 등에서 무선 인터넷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넷폰(Net-Phone)’이 요즘 인기다.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대세지만, 비싼 스마트폰나 전용요금제의 부담 때문에 무선 인터넷만 콕 찍어 쓰려는 단말기를 원하는 수요도 늘어서다. LG전자 MC사업본부 신현준 CYON마케팅팀장은 “넷폰은 스마트폰에서 많이 쓰지 않은 기능들은 버리고, 무선 인터넷에만 충실한 단말기”라며 “틈새 시장을 겨냥한 맥스폰이 스마트폰 비용에 부담을 느낀 젊은 세대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LG 맥스폰, 팬택 판도라(왼쪽부터)

LG전자는 지난 3월 맥스폰을 통합LG텔레콤을 통해 출시, 지난달까지 두 달 만에 7만 대를 팔았다. 아이폰이나 삼성전자 옴니아2 등 인기 스마트폰이 한 달 10만 대 정도 팔리는 데 비하면 처지지만,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서 히트 단말기로 꼽히는 수준이다. 맥스폰은 특히 25세 이하 구매자가 40%를 넘는다.

LG전자가 기획단계부터 상품기획·마케팅·개발팀 등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 젊은 층의 휴대전화 사용 행태를 조사·분석해 단말기를 개발한 결과다.

이 조사에서 젊은 층은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의 사용 빈도가 높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이 빗나간 게 맥스폰 개발에 힘이 됐다. 신 팀장은 “앱을 내려받아 사용하는 복잡한 스마트폰보다는 뉴스·검색 등 인터넷을 PC와 같은 조건으로 사용하면서 요금부담이 없는 서비스를 좋아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맥스폰에 웹페이지를 빨리 보여주도록 1기가바이트(㎓) 고속처리칩인 퀄컴의 ‘스냅드래건 프로세서’를 달았다. 일반 휴대전화기에 와이파이 기능도 넣어 비용 부담 없이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게 했다. 여기다 월 6000원에 1GB의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는 LG텔레콤의 ‘OZ(오즈)’ 요금제가 가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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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폰이 젊은 세대에 인기를 끌자 LG전자는 SK텔레콤과 KT에도 각각 ‘카페폰’과 ‘조이팝폰’이라는 와이파이 단말기를 공급했다. 팬택도 최근 넷폰을 개발해 ‘웹홀릭폰’(KT용)과 ‘판도라’(SK텔레콤용)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삼성전자도 조만간 넷폰을 내놓을 계획이다.

넷폰은 가격이 60만∼80만원대로 스마트폰(80만∼90만원대)보다 싸다. 요금도 KT 넷폰의 경우 전용요금제에 가입하면 와이파이 구역에서 무제한으로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다. 웹홀릭폰 이용자인 정재경(24·서울여대 4년)씨는 “요금 걱정 없이 인터넷을 스마트폰처럼 쓰면서 복잡한 기능이 없어 넷폰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넷폰은 이통업계의 와이파이 투자 확대로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KT는 올해 전국에 1000억원 이상을 들여 와이파이존을 추가로 1만1000여 곳 늘려 모두 2만7000여 곳을 구축하기로 했다. SK텔레콤도 연말까지 와이파이망 1만 곳을 개설, 무료로 일반인에게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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