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삼성전자 이기태 사장…세계적 권위 '산업리더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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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 이기태 사장이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가 수여하는 '산업리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전자.통신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IEEE는 30일 2005년 산업리더상 수상자로 이 사장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IEEE는 내년 5월 서울에서 열리는 IEEE 회의에서 시상식을 할 예정이다.

2001년 처음 제정된 이 상의 역대 수상자 면면은 화려하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 회사인 NTT도코모의 게이지 다치카와 회장(2001년), 세계 최대 인터넷 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의 존 챔버스 회장(2002년), 세계 최대 휴대전화기 제조업체인 노키아의 요르마 올릴라 회장(2003년), CDMA 원천기술 보유 업체인 퀄컴의 어윈 제이콥스 회장(2004년) 등이다. IEEE는 176개국의 학계.업계 전문가 36만명이 가입한 세계 최대의 전자.통신 분야 학술단체로 세계 통신 표준도 제정하고 있다.

◆ 애니콜 신화 주인공=이기태 사장의 별명은 '깜빡이 없는 불도저'. 앞만 보고 밀어부치는 성격과 투박하고 거침없는 화술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육군통신학교 교관(학군장교 9기) 시절 처음 무선통신을 접한 뒤 30여년을 무선통신 분야에서 일했다. "운이 좋았다. 아날로그 통신장비가 99%이던 시절 트랜지스터 장비를 접한 게 행운이었다. 그때 '아, 이것이다'라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1973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 사장은 라디오과 등을 거쳐 94년 무선사업 담당 이사로 발령났다. 애니콜 신화의 서막이 올라가는 시점이다. 이후 그는 구미 공장에 살다시피 하면서 튼튼하고 성능 좋은 휴대전화기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1년 뒤 얼굴을 들 수 없는 일을 당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휴대전화기 품질에 이상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는 시중에 있는 제품까지 모두 수거해 불태우라는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95년 3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500억원 상당의 휴대전화기 15만대가 화염에 휩싸였다.

이 사장은 이 일이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때 과감하게 버리지 못했다면 오늘의 애니콜은 없었을 것이다. 이 사건 이후 '적당주의'는 우리 사업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가 정보통신 총괄 사장으로 취임한 2000년 2200만대였던 애니콜 판매량은 올해 86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사장의 또 다른 꿈은 우리 손으로 세계 이동통신의 표준을 만드는 것. 그는 4세대 이동통신 표준을 장악하기 위해 해마다 세계 각국 전문가들을 초청해 제주도에서 '4세대 포럼'을 여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매번 우리는 해외 업체에 로열티를 갖다 바쳤지만 이제는 받고 싶다"는 것이다.

이희성.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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