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신도시에 온(on)·오프(off)라인을 넘나드는 주부들의 파워가 넘친다.인터넷을 통해 정보의 바다를 주름잡는가 하면 여성축구단을 결성,우리나라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모임도 있다.신바람을 타는 신도시 주부들의 세계에 살짝 들어가 보았다.
*** 온라인서 알뜰정보 나눠
일산 신도시 문촌마을에 사는 주부 이영춘(35)씨는 매일 아침 가족들이 집을 나서면 컴퓨터 앞에 앉는다. 이씨가 찾는 인터넷 사이트는 '아줌마들의 일산 살기(http://cafe.daum.net/ilsandeak)'. 일산 신도시 주부들의 공간이다.
초등학생 두 아이를 둔 이씨는 '자녀문제와 교육문제' 코너를 즐겨 방문한다.이어 알뜰생활정보.우리끼리 벼룩시장.일산지역 최근소식란 등을 클릭해 정보를 사냥한 후 그날 할 일을 설계한다. 더러는 대화방에 들러 부부싸움 이야기 등을 나누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이 사이트는 일산 신도시 강촌마을에 사는 주부 오진화(41)씨가 지난해 5월 개설했다. 현재 정식 회원 수는 3백90여명. 20대 초반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하루 2백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다.
이 사이트의 최대 자랑은 일산지역 주부생활 정보가 모두 올라 있다는 것. 이를 위해 '카페 짱'인 오씨는 수시로 지역신문.시청.구청 등 일산과 관련있는 57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일일이 검색한다. 신문에 끼어오는 전단지는 물론 길가의 플래카드도 그냥 봐 넘기지 않고 메모한다.동네 슈퍼마켓의 할인행사까지 빠뜨리지 않고 올린다. 또 질문이 올라오면 관련 사이트를 뒤지거나 관청까지 찾아다니며 반드시 답을 해준다.
이 사이트에서 만난 일산 거주 일본인 주부 20명과 한국인 60명은 지난해 10월 '한.일 문화교류회'라는 소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이 모임은 한.일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일본인 주부들의 타국살이 고충을 덜어주고 있다.
또 지난달 1일에는 어린 자녀를 둔 주부 20명이 '애기 엄마들 모여라'는 모임을 만들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생생한 육아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 우리도 '건강월드컵' 뛴다
"석자야, 이리 띄워."
"빨리 슈팅해." "묘순아, 저쪽을 막아."
지난 11일 오전 11시30분 일산 신도시 백석동 열병합발전소 뒤편 2천5백평 규모의 시민운동장.
고양시 여성축구단의 20~40대 주부 회원 17명이 유니폼을 입고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운동장 바깥에선 감독과 코치가 "자기 포지션으로 빨리 뛰어" "공을 보지 말고 사람을 막아"라고 연신 외치고 있다.
이 주부들은 매주 화.목.토요일 오전 10시면 이곳에 모인다. 체조로 몸을 풀고 감독과 코치의 지도 아래 구보로 체력훈련을 한다. 이어 패스.드리블.슈팅 등 기본기를 1시간여 동안 익힌 뒤 30분간 연습경기를 한다. 회원은 모두 24명이고 일산 신도시를 비롯한 화정.행신지구 등 고양시에 산다.
여성축구단이 결성된 데는 고양시생활체육협의회의 도움이 컸다.
협의회는 지난달 고양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주부들을 모집했고 꿈나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정해원축구교실'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감독과 코치도 무료로 선임해주었다.
중학교 때 육상선수였던 회장 장석자(34)씨는 "축구는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건강관리.기분전환 등에 특효약"이라며 "여성축구의 붐을 일으키고 내년에 열리는 월드컵에 대한 관심을 키우기 위해 모였다"고 설명했다.
김미경(41.정해원축구교실 사무국장)감독은 "축구 경험이 없는 주부들이 대부분이지만 훈련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축구단 결성을 주도한 고양시생활체육협의회 신동식(49)사무부국장은 "이달 말 초등학교 선수들과 첫 시합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매월 인근지역 여성축구단과 친선경기를 치르고 공식대회에도 참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축구단은 14일 낮 12시 일산신도시 백석동 킴스웨딩홀에서 창단식을 갖고 공식 출범한다. 현재 회원을 추가 모집하고 있다. 031-966-0114.
글=전익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