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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신도시 주부들 '신바람 세상' 나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일산신도시에 온(on)·오프(off)라인을 넘나드는 주부들의 파워가 넘친다.인터넷을 통해 정보의 바다를 주름잡는가 하면 여성축구단을 결성,우리나라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모임도 있다.신바람을 타는 신도시 주부들의 세계에 살짝 들어가 보았다.

*** 온라인서 알뜰정보 나눠

일산 신도시 문촌마을에 사는 주부 이영춘(35)씨는 매일 아침 가족들이 집을 나서면 컴퓨터 앞에 앉는다. 이씨가 찾는 인터넷 사이트는 '아줌마들의 일산 살기(http://cafe.daum.net/ilsandeak)'. 일산 신도시 주부들의 공간이다.

초등학생 두 아이를 둔 이씨는 '자녀문제와 교육문제' 코너를 즐겨 방문한다.이어 알뜰생활정보.우리끼리 벼룩시장.일산지역 최근소식란 등을 클릭해 정보를 사냥한 후 그날 할 일을 설계한다. 더러는 대화방에 들러 부부싸움 이야기 등을 나누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이 사이트는 일산 신도시 강촌마을에 사는 주부 오진화(41)씨가 지난해 5월 개설했다. 현재 정식 회원 수는 3백90여명. 20대 초반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하루 2백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다.

이 사이트의 최대 자랑은 일산지역 주부생활 정보가 모두 올라 있다는 것. 이를 위해 '카페 짱'인 오씨는 수시로 지역신문.시청.구청 등 일산과 관련있는 57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일일이 검색한다. 신문에 끼어오는 전단지는 물론 길가의 플래카드도 그냥 봐 넘기지 않고 메모한다.동네 슈퍼마켓의 할인행사까지 빠뜨리지 않고 올린다. 또 질문이 올라오면 관련 사이트를 뒤지거나 관청까지 찾아다니며 반드시 답을 해준다.

이 사이트에서 만난 일산 거주 일본인 주부 20명과 한국인 60명은 지난해 10월 '한.일 문화교류회'라는 소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이 모임은 한.일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일본인 주부들의 타국살이 고충을 덜어주고 있다.

또 지난달 1일에는 어린 자녀를 둔 주부 20명이 '애기 엄마들 모여라'는 모임을 만들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생생한 육아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 우리도 '건강월드컵' 뛴다

"석자야, 이리 띄워."

"빨리 슈팅해." "묘순아, 저쪽을 막아."

지난 11일 오전 11시30분 일산 신도시 백석동 열병합발전소 뒤편 2천5백평 규모의 시민운동장.

고양시 여성축구단의 20~40대 주부 회원 17명이 유니폼을 입고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운동장 바깥에선 감독과 코치가 "자기 포지션으로 빨리 뛰어" "공을 보지 말고 사람을 막아"라고 연신 외치고 있다.

이 주부들은 매주 화.목.토요일 오전 10시면 이곳에 모인다. 체조로 몸을 풀고 감독과 코치의 지도 아래 구보로 체력훈련을 한다. 이어 패스.드리블.슈팅 등 기본기를 1시간여 동안 익힌 뒤 30분간 연습경기를 한다. 회원은 모두 24명이고 일산 신도시를 비롯한 화정.행신지구 등 고양시에 산다.

여성축구단이 결성된 데는 고양시생활체육협의회의 도움이 컸다.

협의회는 지난달 고양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주부들을 모집했고 꿈나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정해원축구교실'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감독과 코치도 무료로 선임해주었다.

중학교 때 육상선수였던 회장 장석자(34)씨는 "축구는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건강관리.기분전환 등에 특효약"이라며 "여성축구의 붐을 일으키고 내년에 열리는 월드컵에 대한 관심을 키우기 위해 모였다"고 설명했다.

김미경(41.정해원축구교실 사무국장)감독은 "축구 경험이 없는 주부들이 대부분이지만 훈련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축구단 결성을 주도한 고양시생활체육협의회 신동식(49)사무부국장은 "이달 말 초등학교 선수들과 첫 시합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매월 인근지역 여성축구단과 친선경기를 치르고 공식대회에도 참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축구단은 14일 낮 12시 일산신도시 백석동 킴스웨딩홀에서 창단식을 갖고 공식 출범한다. 현재 회원을 추가 모집하고 있다. 031-966-0114.

글=전익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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